일본 여행 예약 취소 잇따르며
지난달 엔화 환전 수요 급감

일본 여행객 겨냥 상품도 '날벼락'
日 특화카드·마케팅 줄줄이 취소
지난달 국내 주요 은행의 엔화 환전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15%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된 뒤 국내에서 ‘반일 감정’이 고조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엔화 환전은 당분간 계속 쪼그라들 전망이다. 예약해둔 일본 여행마저 취소하는 등 일본 여행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日 여행 자제 분위기에…엔화 환전 15% 감소

급격히 줄어든 엔화 환전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국민·KEB하나·농협·기업 등 5개 은행의 지난달 엔화 환전 규모(개인 고객이 은행에서 현찰로 사들인 기준)는 158억234만엔(약 1725억471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2023억2157만원)보다 14.7% 감소한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휴가철 환전량은 매년 꾸준히 늘어난다”며 “휴가철이 본격화되는 7월에 엔화 환전이 두 자릿수 이상 줄어든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엔화를 사간 횟수도 전년 동기보다 21.3% 줄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외화 가격이 낮을 때 매입했다가 오른 가격에 판매하는 식의 일명 ‘환테크(환전 재테크)’ 대상으로 엔화가 주목받았다. 엔화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지금이 가장 낮을 때’라며 엔화를 사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달 중순 이후를 기점으로 엔화 환전이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달 1~15일엔 5개 은행 중 신한은행을 제외한 국민·KEB하나·농협·기업 등 4개 은행의 엔화 환전이 전년 동기보다 증가했다. 대부분 3~4%가량 늘었고, KEB하나은행은 38.5%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월말로 가면서 엔화 환전이 급격하게 줄었다. 한 달치로는 5개 은행 모두 전년 동기에 비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달엔 엔화 환전 규모가 더욱 쪼그라들 거란 전망도 나온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배제하는 추가 경제보복을 감행한 데 따라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역시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일본 특화카드 판매 중단도

일본 여행객을 겨냥한 상품이나 마케팅, 이벤트의 흔적을 지우는 금융사도 생겨나고 있다. ‘이 와중에 일본 관련 상품을 기획했느냐’는 식으로 비난받을까 두려워서다. 브랜드 이미지까지 흔들릴 수 있는 중요 문제로 여기는 분위기다.

우리카드는 지난 6월 28일 일본 쇼핑 특화카드 ‘카드의정석 제이(J)쇼핑’을 출시했다가 닷새 만에 판매를 무기한 중단했다. 당분간 재출시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카드는 일본의 쇼핑 명소인 돈키호테, 빅카메라, 패밀리마트에서 결제하면 5% 할인해주는 혜택을 담았다. 하지만 출시 직후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발표로 여론이 악화되자 판매를 중단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계속 판매하면 브랜드 이미지까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본 현지 쇼핑이나 할인 행사에 대한 홍보도 자취를 감췄다. 롯데카드는 내년 3월까지 일본 마루이백화점에서 롯데카드를 제시하고 우대카드를 발급받으면 구매금액의 10%를 할인해주는 행사를 한다. 당초 이 내용을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했지만 반일 감정이 고조되자 삭제하고 관련 홍보를 중단했다. 하나카드도 빅카메라, 마쓰모토기요시 등 일본 가맹점과의 할인 제휴에 대한 홈페이지 안내문을 삭제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사후 조치에 나선 사례도 있다. 신한카드는 국내 전용카드로 일본 공항면세점과 빅카메라 등에서 결제하면 커피상품권 등 100% 경품을 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이를 공식 홈페이지에서 홍보하다가 “일본 여행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지난달 30일께 해당 내용을 지웠다. 금융사 관계자는 “일본과 관련해서 연결고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경영지침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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