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보복’ 대응방안 발표하는 홍남기 부총리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첫 번째),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세 번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네 번째) 등과 함께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한국 배제 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 ‘日 보복’ 대응방안 발표하는 홍남기 부총리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첫 번째),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세 번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네 번째) 등과 함께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한국 배제 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일본이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강행하자 정부도 일본에 대한 맞대응과 국내 산업 지원을 골자로 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본의 조치로 “한국이 일본에서 수입하는 품목 중 총 159개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품목은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겠지만 장기적으로 국산화를 이루거나 제3국에서 대체품을 발굴해 소재·부품·장비산업의 대일본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정부는 피해 기업에 세무조사 유예, 주 52시간제 완화 등의 정책 지원도 병행하기로 했다.

159개 품목 가산세 면제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영향이 클 159개 품목은 ‘관리 품목’으로 지정해 밀착 지원하기로 했다. 품목의 목록은 추후 공개하기로 했으나 반도체 디스플레이 정밀화학 공작기계 등 분야에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품목은 보세 구역 안에 저장 기간을 연장하고, 수입 신고가 지연되더라도 가산세를 면제한다. 또 새로운 해외 대체 공급처를 발굴할 때 조사 비용을 50% 이상 지원하기로 했다.

수출규제 품목을 일본이 아니라 제3국에서 반입할 경우 신속히 통관될 수 있도록 24시간 상시통관지원 체제도 가동한다. 소재·부품 생산 설비를 신·증설할 때 정부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을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수입할 경우 관세를 최대 40%포인트 낮춰준다.

화이트리스트 배제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거래 기업이 ‘자율준수무역거래자’로 지정돼 있으면 지금처럼 포괄허가를 이용해 신속히 수입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런 ‘특별일반포괄허가’ 제도를 우리 기업들이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유도하기로 했다.

주 52시간제도 완화한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조건을 완화하고, 재량근로제 활용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지난달 4일부터 수출규제를 받는 포토레지스트 등 3개 품목에 대해선 기업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한 상태인데 앞으로 석유화학, 공작기계, 2차전지 관련 기업까지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예산·세제 전방위 지원

日 2차보복, 159개 품목 '강타'…"부품·소재 脫일본 전방위 지원"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 예산·세제·금융 등을 총동원해 지원하기로 했다. 여야는 추가경정예산안에 소재·부품·장비 기술개발, 설비투자 자금 지원 등에 필요한 예산 약 2700억원을 포함하기로 합의했다.

홍 부총리는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본격적인 사업예산은 2020년 예산안에 반영해나갈 계획”이라며 “연구개발(R&D) 및 시설투자 세액공제 적용 대상도 확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위해 국세 납기를 연장하고 징수를 유예한다. 홍 부총리는 “피해 기업에 부가가치세 환급금을 조기 지급하고 세무조사를 유예하는 등 다각적인 세정 지원 조치도 하겠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피해 기업에 최대 6조원의 운전자금을 보증하거나 대출한다. 기존 대출과 보증 만기도 연장해줄 예정이다.

장기적으로 정부는 핵심 부품·소재 국산화에 연간 1조원을 투입해 이 같은 ‘무역 무기화’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로 했다. 대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R&D에만 연간 1조원을 투입한다. 홍 부총리는 “주력 산업 공급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100여 개 전략 핵심 품목을 중심으로 대규모 지원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핵심소재 기업을 인수합병(M&A)하기 위한 펀드를 조성하고 해당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중소기업이 부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해 대기업에 공급할 수 있도록 공급망을 조성하는 게 목표”라며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다음주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인실 한국경제학회장(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은 “모든 품목을 국산화할 수는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시도가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바람직할 수 있다”며 “이미 결정이 내려진 이상 철저히 계획을 세워 소재·부품산업 경쟁력 강화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훈/서민준/성수영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