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갈등 전방위 확산할듯…日 '조선업 지원' 분쟁절차 본격화
농수산물 수출, 다음 타깃 되나…금융 확대 가능성도 예의주시


일본이 2일 끝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조선과 농수산, 금융 등으로도 확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은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직후인 지난해 11월 한국 조선업을 겨냥해 가장 먼저 보복성 조치에 나선 바 있다.

일본은 한국 정부가 조선업계에 부당한 보조금을 지원했다고 주장하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정식으로 제소했고, 이번 추가 조치를 계기로 분쟁절차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또한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농식품·수산물 일본 수출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경제 보복 차원에서 비관세 장벽을 통한 농수산물 규제 카드를 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밖에 금융 분야로 보복을 확대할 수 있다는 가설도 나오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 일본, '조선업 지원' WTO 양자협의 결렬·분쟁절차 본격화 전망
일본은 한국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대책으로 일본 조선산업이 피해를 봤다며 지난해 WTO에 정식으로 제소했으며 이번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계기로 분쟁절차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확전 예고…수출규제 '2라운드'는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6월 26일 펴낸 '2019년판 불공정 무역신고서, 경제산업성의 방침' 보고서에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자금지원을 거듭 문제 삼았다.

앞서 일본은 지난해 11월 13일 WTO에 한국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대책이 "유조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컨테이너선을 포함한 상선의 구입, 판매, 마케팅, 생산, 개발과 관련된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양자협의를 요청했다.

이는 과거 유럽연합(EU)이 2002년 10월 한국의 조선업 보조금 문제로 제소한 것과 비교해 광범위한 문제 제기다.

당시 EU는 국책은행이 조선업체에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하는 조건이 특혜였다는 점을 주로 문제 삼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열린 일본과 WTO 조선업 분쟁에 대한 양자협의에서 '조선업 지원은 금융기관들의 상업적 판단에 따라 이뤄졌으며 국제규범에 합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자협의는 WTO 분쟁해결절차의 시작으로 협의가 결렬되면 본격적인 분쟁단계가 진행된다.

일본은 양자협의에서 합의하지 않고 분쟁해결패널 설치 등 본격적으로 분쟁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일본이 EU와 공동전선을 구축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일본은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한 핵심 절차인 기업결합심사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사이토 유지 일본조선공업회 신임 회장은 지난 6월 19일 도쿄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각국의 공정당국이 (기업결합을) 그냥 지켜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일본의 '몽니'가 예상되자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를 통해 "일본 당국의 공정한 심사를 예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 일본, 한국 수출품에 '비관세장벽' 카드 쏟아낼듯
일본의 1, 2차 수출규제는 대(對)한국 수입을 규제하는 것이어서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다.

실제로 지난달 7월 대일 수출은 0.7% 감소하는 데 그쳤다.

올해 상반기 대일 수출이 평균 6.0%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낙폭을 줄인 셈이다.

하지만 일본이 한국을 계속 압박하려고 한다면 일본으로 들여오는 한국산 물품으로 화살을 돌릴 수 있다.

이를 위해 쓸 수 있는 방법이 비관세장벽이다.

반덤핑관세나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와 같은 수입규제는 WTO 규정에 따라 절차를 밟아 진행해야 하지만, 비관세장벽은 자국의 법으로 시행할 수 있어 보호무역의 도구로 많이 활용된다.

이미 일본은 자국 어업자와 가공업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수산물 수입에 대해 수입물량을 직접 규율하는 수입쿼터제도를 운영한다.

표준이나 시험검사 관련 제도를 까다롭게 해 수입을 제한하는 무역기술장벽을 강화하는 것도 일본이 쓸 수 있는 전략이다.

무역기술장벽은 무역 상대국가 간 서로 다른 기술규정, 표준, 적합성 평가 등을 채택해 적용함으로써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저해하는 비관세장벽이다.

이런 비관세장벽은 수입규제처럼 특정 국가에만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한국의 대일 수출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표적으로 비관세장벽을 세워 한국에 타격을 주려고 할 수 있다.
일본 확전 예고…수출규제 '2라운드'는

◇ 파프리카·김 일본 수출 장벽 높아지나…검역 강화 시 수출 차질 우려
일본 비관세장벽의 타깃이 될 수 있는 분야가 한국이 수출하는 농수식품이다.

당장 국내 농식품과 수산업계는 일본 경제보복의 다음 타깃이 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최근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에 이어 한국 농식품을 추가 규제 품목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 농식품과 수산물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목으로는 농식품에서는 파프리카, 토마토, 김치를, 수산물에서는 참치, 김, 전복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지난해 파프리카 수출액 가운데 일본 비중은 99%에 달할 정도로 컸다.

또 우리나라의 김 전체 수출의 22.5%인 1억1천800만 달러(약 1천402억원)가 대(對)일본 수출이었다.

한국에 대한 수입쿼터를 대폭 줄인다면 김 등 한국의 대일 수산물 수출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파프리카 등 대일 수출이 많은 신선 채소에는 검역 규제(SPS)를 엄격하게 적용할 수 있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업무 보고에서 "아직 구체적 조치가 일본에서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일본의 경제 보복이 우리 농산물 수출로까지 번질 경우, 일부 신선 채소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본은 이미 세계무역기구(WTO)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분쟁 판결에서 한국에 패소한 뒤 사실상 보복 조치로 6월부터 한국산 넙치와 생식용 냉장 조개 등 5개 품목에 대한 수입 검사를 강화했다.

농산물 분야에서는 일본의 비관세장벽 규제 가능성을 'ID 제도'에서 찾기도 한다.

이 제도는 일본으로 수출하는 채소류 가운데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전관리체계를 갖춘 업체와 농가에 대해서는 고유번호를 부여하는 것으로, ID 등록 업체는 일본 수출 시 '선 통관 후 샘플 검사'라는 우대를 받는다.

일본은 ID 등록 업체라 하더라도 자국 농약 잔류허용기준을 위반했거나, ID 관리 소홀을 이유로 등록 제한이나 심하면 ID 삭제 조치까지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농약 기준을 넘기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됐다.
일본 확전 예고…수출규제 '2라운드'는

명동주 한국파프리카생산자자조회 회장은 "일본 수출 물량은 표본 조사 방식으로 검역을 받고 있는데, 농약 기준량이 초과하는 사례 등이 발생해 트집이 잡히면 전수조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때문에 한국파프리카생산자자조회는 소속 농가에 농약 사용량을 반드시 준수해달라고 최근 공문을 내려보냈다.

정부는 일본·중국·미국 등에 집중된 농식품 수출 시장을 러시아·중앙아시아 등 신북방 지역으로 다변화해 나갈 계획이다.

◇ 금융 분야로 보복 확대 가능성…실익 없을 듯
일본이 보복 대상을 확대할 경우 금융 분야 역시 살펴볼 부분이다.

일본계 금융사들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한국으로 흘러간 자금을 회수, 위기 상황을 악화시킨 것처럼 이번에도 일본계가 자금의 만기 연장이나 신규 대출을 거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금융권은 이런 가능성을 원천 배제하진 않지만, 가능성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실적으로 일본이 금융 분야에서 보복을 단행하더라도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분석의 근간은 일본계 자금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있다.

5월 말 기준 일본계 은행 국내지점의 총여신 24조7천억원이다.

1분기 말 기준 국내은행 총 여신 1천983조원의 1.2%에 불과하다.

6월 말 기준 국내 주식시장 내 일본계 자금 13조원은 전체 외국인 주식자금(560조원)의 2.3%이며, 채권시장 내 일본계 자금은 1조6천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채권자금(125조원)의 1.3%에 그친다.

국내 은행들이 92억6천만달러(10조6천억원) 상당의 일본계 자금을, 여신전문금융사가 55억6천만달러(6조4천억원) 상당을 들여왔지만, 국내 금융사의 신용도로 미뤄볼 때 차환이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특히 전 세계적인 기준 금리 인하 움직임 속에서 자금 운용이 어려운 글로벌 금융사들이 일본계 자금이 빠지는 자리를 재빨리 메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본계의 대출 점유율이 4분의 1에 육박하는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 등 서민금융시장은 정부가 예의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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