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금리인하 가능성에 "경제상황 많이 악화하면 당연히 고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1일 시장 기대보다 덜 완화적인 발언을 내놓으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파월 의장은 이날 새벽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두고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비해) 명확히 보험적 측면"이라며 장기적인 금리 인하 사이클의 시작점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경기둔화 우려에 금리를 내리기는 했지만, 과거와 같이 최소 네 차례 이상 금리를 내린다는 신호는 아니라는 의미다.

앞서 미 연준은 정보기술(IT) 버블이 꺼진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2001년 1월부터 2003년 6월까지 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렸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2007년 9월을 시작으로 2008년 12월까지 금리를 열 차례 낮췄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사이클의 시작점이 아니라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 실망감이 확산해 주가가 내리고 미 달러화 가치가 뛰었다.

이번 금리 인하와 파월 의장의 발언을 섞어 '매파적(금융 긴축적) 인하'라는 반어적 평가도 나왔다.

이런 현상은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은만 금리를 더 내리면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심화하기 때문이다.

한은(1.75%→1.50%)과 연준(2.25∼2.50%→2.00∼2.25%)이 금리를 한 차례씩 내리면서 현재 역전폭은 0.50∼0.75%포인트다.

한은만 금리를 추가 인하하면 역전폭 상단이 1.00%포인트에 달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은 시장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덜 완화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파월 의장의 발언은 추가적인 금리 인하 여지를 닫아놓은 게 아니며, 인하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파월 의장은 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장기적인 연쇄 금리 인하의 시작이 아니다"면서도 "나는 그것(금리인하)이 단지 한 번이라고도 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IT버블 붕괴나 금융위기와 같이 연쇄적인 금리 조정은 아니나 한 차례 인하에 그치지는 않을 수 있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씨티와 노무라 등 해외 투자은행(IB)들도 9∼10월 연준의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매우 나빠 금리를 공격적으로 낮출 상황은 아니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한 것"이라며 "한 번으로는 효과가 적은 만큼 미국 투자은행들은 두 번 추가 인하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섰을 때 최소 3차례 금리를 낮춰왔던 사례들을 고려하면 연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이주열 총재는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투자은행들, 시장의 평가를 나름대로 본 결과 추가적인 인하가 있다는 기대가 여전히 크다"면서도 "(미국 상황을) 우리나라 인하와 곧바로 연결시킬 수는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한국 경제 여건이 악화할 경우 금리 인하를 고려하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경제 상황이 많이 악화하면 당연히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결국 한은의 금리 결정에는 오는 2일 일본이 예정대로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배제해 수출 규제가 현실화할지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총재는 지난달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수출규제 등이) 악화한다면 대응 여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다만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하루 앞둔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는 "일본의 조치만 가지고 (통화정책을) 하겠다고 판단할 순 없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앞서 금리를 인하했으나 사실상 이번 미국 금리 인하가 확실시된 상태에서 이뤄진 만큼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한국도 추가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FOMC 실망감'에도 시장은 추가인하 베팅…한은의 선택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