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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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영업용으로 구입해 누군가에게 빌려주는 사업을 흔히 대여사업, 즉 ‘렌털’이라고 한다. 전국자동차대여사업조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에서 운행되는 렌터카는 78만 대가량이다. 2015년 연간 등록대수가 7만7000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23만5000대가 등록됐을 만큼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장기 렌터카는 운행할 땐 사실상 개인 소유와 다름없고 차량 관리를 누군가가 해준다는 장점을 앞세워 시장에 안착했다. 10분 단위로 차량을 빌려주는 초단기 렌털도 비약적으로 늘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단기와 장기 사이를 메우는 렌터카 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구독 서비스’다. 소비자가 매월 일정 금액을 내고 여러 차종을 필요에 따라 이용하는 방식이다. 중형 세단을 3년간 타는 게 아니라 때로는 승합차를 빌릴 수도 있고, 혼자 타는 기간이 길다면 준대형 고급차를 대여할 수도 있다.

대여 기간은 1~36개월 정도로 다양하다. 초단기 렌털이 최소 10분 단위고, 장기 렌털은 최소 1~3년 계약이 전제라면 구독 서비스는 정해진 계약 기간 내에 이용 가능한 차종을 소비자가 고를 수 있다. 그래서 구독 서비스를 ‘렌털의 진화’로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용자에게 관심은 비용이다. 기본적으로 자동차를 빌릴 때 이용금액의 기준이 되는 것은 대여 차종의 종류, 대여 기간과 운전자 연령이다. 여기서 대여 기간과 운전자 연령 기준이 같을 때 요금을 내리는 방법은 차의 등급을 낮추는 것이다. 하지만 중형급을 원하면서 준중형으로 빌리는 게 썩 내키는 일은 아니다.

이럴 경우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중고차를 일정 기간 빌리면 된다. 자동차를 빌릴 때 꼭 새 차라는 법은 없어서다. 최근 등장한 자동차는 제품력이 크게 향상돼 중고차여도 빌려 타는 데 문제가 없다. 중고차의 관리 책임은 대여사업자에 있으니 오히려 소비자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국에선 그런 사업을 할 수 없다. 자동차를 빌려줄 때 이용 가능한 대여 차종에 ‘차량충당연한’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서다. 차량충당연한은 대여사업자가 자동차를 빌려줄 때 차의 나이, 즉 차령을 제한하는 제도다. 여객운수법 시행령 40조에 기재된 차량충당연한에 따르면 승용차의 경우 1년, 승합차는 3년 이내 출고된 차만 빌려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 소비자가 자동차를 장기간 빌려 타는 것은 사업자가 새 차를 구입해 최장 5년을 빌려주는 방식에 한정됐다(승용차 기준). 하지만 소비자로선 저렴한 렌털을 원할 수도 있는 만큼 제도가 선택을 가로막는다는 의미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빌려줄 수 있는 승용차의 차령을 1년이 아니라 3년 이내로 바꿔도 활용 가능한 방법은 적지 않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용자는 중고차의 품질 문제에서 자유로우니 신뢰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과거와 지금 자동차의 품질이 동일하다고 여기는 것 자체가 개선이 필요한 대목이다.

권용주 <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겸임교수·MBC라디오 ‘차카차카’ M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