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기업들, 문화예술 지원 늘렸다

메세나協 "작년 2000억대 회복"
CJ문화재단 ‘튠업음악교실’을 통해 인디음악을 배운 서울다솜관광고 학생들이 공연하고 있다.  /CJ문화재단 제공

CJ문화재단 ‘튠업음악교실’을 통해 인디음악을 배운 서울다솜관광고 학생들이 공연하고 있다. /CJ문화재단 제공

국내 기업들이 지난해 경기 침체와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여파에도 문화예술 지원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메세나협회가 국내 매출 기준 500대 기업 등 645곳을 대상으로 조사해 30일 발표한 ‘2018년 기업 문화예술 지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총액은 전년 대비 5% 증가한 2039억원을 기록했다. 1996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은 2017년 부정청탁금지법 등의 여파로 6년 만에 감소했으나 1년 만에 반등해 2000억원대를 회복했다. 이는 기업들이 중학교 자유학기제 시행에 맞춰 문화예술 교육 지원을 대폭 늘린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문화예술 교육 지원액은 156억원으로 전년 대비 39.1% 증가했다.

이충관 한국메세나협회 사무처장은 “문화예술 교육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예술영재 발굴부터 소외계층 예술교육까지 다양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열린 ‘LG 꿈꾸는 프로듀서’ 행사에서 한 학생이 질문하고 있다.  /LG연암문화재단  제공

지난 5월 열린 ‘LG 꿈꾸는 프로듀서’ 행사에서 한 학생이 질문하고 있다. /LG연암문화재단 제공

K컬처 미래 인재 키우는 기업들

“무용수가 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무용 한 작품을 올리려면 얼마나 준비해야 하나요?”

중학생 1000여 명이 손을 들고 앞다퉈 질문을 쏟아냈다. 지난 5월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무용 공연 ‘피노키오’를 보고 난 직후였다. 이스라엘 출신의 안무가 야스민 바르디몽과 그가 이끄는 무용단은 공연을 마치고 중학생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시간을 보냈다. 학생들은 무용수의 삶에 대해 현실적이면서도 구체적인 질문을 했고, 무용수들은 하나씩 친절하게 답변했다.

이날 행사는 LG연암문화재단이 4년째 운영하고 있는 ‘LG 꿈꾸는 프로듀서’다. 청소년에게 공연을 보여주고,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문화예술에 대한 흥미를 높이는 프로그램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예술인 또는 예술단체 실무 담당자가 학교를 방문해 해당 분야에 대한 진로 탐색을 돕는 ‘찾아가는 진로교육’도 운영한다.

LG연암문화재단, 두산연강재단, 한화, 금호타이어 등 국내 기업문화재단과 기업들이 ‘K컬처’의 미래를 이끌 인재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아동·청소년에게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하게 하고 체계적인 교육도 한다. 문화예술단체의 공연·전시 후원, 문화 인프라 구축·운영 및 예술가 후원 등 전통적인 메세나 활동에서 나아가 창의재능 발굴 등 문화예술 교육 분야로 지원 범위를 넓히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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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기제 시행으로 예술교육 확산

이런 변화는 2016년 중학교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과 함께 확산됐다. 자유학기제는 한두 학기 동안 지식·경쟁 중심에서 벗어나 학생 참여형 수업을 하는 제도다. 주로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찾아주는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이뤄진다. 기업들은 학교에서 섭외하기 힘든 전문가들을 직접 연결해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듣고 관련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장르도 클래식, 미술, 연극 등 다양하다.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보통 3~4주에 걸쳐 이뤄진다.

LG연암문화재단은 ‘꿈꾸는 프로듀서’와 함께 ‘LG 사랑의 아트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초·중학생 15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나는 지휘자’ ‘나는 작곡가’ 수업을 들으며 지휘와 작곡법을 배우거나 실제 스토리를 구성해 즉흥 연극을 해본다.

두산연강재단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12회에 걸쳐 ‘두산청소년아트스쿨’을 운영했다. 120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윤성호 극작가, 김수정 연출가, 이승희 국악창작자 등이 워크숍을 열었다. ‘희곡 워크숍’에선 희곡을 직접 쓰도록 한 뒤 구성의 장단점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이 참여해 학생들이 쓴 작품을 읽어주기도 했다. 박찬종 두산연강재단 부장은 “청소년들의 창작 표현 욕구를 자극하고 자연스럽게 예술적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이를 통해 미래의 예술가뿐 아니라 새로운 관객 수요를 창출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클래식, 미술 배우고 영화도 찍고

한화는 장르를 더욱 세분화했다. ‘한화예술더하기’ 프로그램을 통해 클래식, 국악, 미술, 조각, 영화, 사진 등 18개 장르의 수업을 연다. 지난해부터 700여 명의 중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강사진은 교육 콘텐츠가 참신하고 중학생들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청년 예술가들로 구성했다. 금호타이어도 2017년부터 ‘나를 찾아줘’ 프로그램을 통해 음악, 미술, 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직업을 소개하고 있다. 신체를 움직이며 나오는 소리 자극에 따라 움직임 확장하기 등 놀이와 게임을 접목해 아이들이 더 쉽고 재밌게 예술을 배울 수 있도록 한다.

이충관 한국메세나협회 사무처장은 “문화예술 교육 지원은 사업 특성상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문화 복지를 강화하고 예술 시장 확대에 기여한다”며 “훗날 주요 소비자가 될 세대와 지속적으로 접점을 만들 수 있어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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