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와 식당에서 미용실 비용, 보험료 결제까지 ‘페이(간편결제)’ 사용처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계산대에서 지갑을 열어 카드나 현금을 꺼내지 않고 “OO페이로 결제할게요”라며 스마트폰을 내미는 모습은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만능 결제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결제시장의 전통 강자인 카드사들은 긴장하고 있다. 젊은 소비자 중심으로 페이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미래 잠재 고객을 뺏기고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공과금도 결제되는 '만능 페이'…"작년 80兆 이용"
활동 반경 빠르게 넓힌 페이

올 들어 페이의 사용처는 눈에 띄게 늘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5월 라이나생명, 이달엔 DB손해보험과 보험료 납부 서비스 계약을 맺었다. 계좌를 입력하거나 공인인증서를 거치지 않고 생채인증 또는 간편비밀번호 입력만으로 보험료를 내도록 했다. 이달부터는 재산세, 주민세, 자동차세 등 전국 지방세도 카카오페이와 페이코로 납부할 수 있게 됐다.

네이버에서 기차표를 검색하고 곧장 네이버페이로 간편결제하는 것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네이버와 한국철도공사가 지난 26일 기차표 구매를 위한 간편결제 서비스를 선보이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2017년까지만 해도 온라인이 주무대였던 페이의 활동 반경이 크게 달라졌다”며 “생활금융 영역 곳곳에 침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네이버페이가 네이버에서 분사하면 페이의 사용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온라인에서만 사용 가능했던 네이버페이가 오프라인으로 결제처를 확대하기로 해서다. 3분기 중 식당 업종을 대상으로 예약, 현장결제 등의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대출, 보험, 투자 등 금융서비스도 내놓을 방침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월 결제자가 1000만 명에 달하는 네이버페이의 확장세가 오프라인까지 이어지면 파급력이 굉장할 것”이라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성 앞세워 생활 파고들어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이용금액은 80조1453억원에 달한다. 2017년(50조510억원)보다 60.1% 증가한 수준이다. 2016년(26조8808억원)과 비교하면 2년 새 세 배가량 불어났다. 간편결제 이용건수 역시 2016년 8억5800만 건에서 2017년 14억900만 건, 지난해 23억7700만 건까지 꾸준히 늘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페이는 모바일 사용에 익숙한 20~40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결제정보를 모바일 등 전자적장치에 미리 등록하고 간편비밀번호, 생체인증 등으로 손쉽게 결제할 수 있다는 편의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간편결제 서비스엔 은행, 카드사 등 기존 금융사들도 진출해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새로운 결제시장 흐름에 대응 태세를 갖춘 수준이다. 지난해 간편결제 이용금액에서의 비중도 이베이코리아, 네이버 등 전자금융업자가 38.6%로 가장 높았다. 카드사(33.8%) 단말기제조사(25.8%) 은행(1.7%) 순으로 나타났다. 전자금융업자를 페이 업체로 통칭하는 이유다.

다만 더 확장하는 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부분 신용공여 기능 없이 계좌 충전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결제금액 단위가 크지 않다는 게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당장 수익성을 크게 확보하기도 어렵다. 금융권 관계자는 “페이업체들이 결제시장 주도권까지 노린다면 사용처 확대를 넘어 충성 이용자를 확실히 끌어모을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