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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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급락 중이다. '얇아진' 수급이 낙폭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일 갈등, 미중 무역협상 난항, 미 중앙은행(Fed)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 등 부담 요인도 가득하다. 증시전문가들은 '저가 매수'도 권하지 않고 있다.

29일 오후 2시34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4.58포인트(1.67%) 하락한 2031.57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8일 전날보다 2.2% 하락하면서 2100선을 내준 코스피 지수는 불과 20여일 만에 2030선에 바짝 다가섰다.

중소형주 위주의 코스닥 지수는 올 들어서 최저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코스닥 지수는 20.43포인트(3.17%) 내린 624.16을 기록 중이다. 장중 623.51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날 증시 급락은 '얇아진 수급층'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에 급락을 일으킬만한 새로운 소식은 없었지만 불확실성이 확대됐고 상승 동력 또한 없는 상황"이라며 "기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수급을 받아주던 주체가 기관이었는데 최근 기관의 수급이 이전보다 줄어들면서 수급층이 얇아져 외국인의 적은 매도에도 장의 낙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것이 유력해진 점도 증시에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주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경제산업성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수출무역 관리령 개정안' 처리를 위해 지난 1일부터 24일까지 진행한 의견 공모에서 총 4만건 이상의 의견이 접수됐고, 대부분 개정안에 찬성 의견을 냈다고 보도했다.

미중 무역협상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개발도상국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할 것"이라며 불공정 대표 사례로 중국을 지목했다. 뿐만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 우리나라가 언급된 점도 증시에 악영향을 줬다.

오는 30~31일(현지시간) 열리는 Fed의 FOMC에서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이 약화한 것도 부정적이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 2분기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연 2.1%로 시장 예상치였던 1.8%를 뛰어넘었다. 투자와 순수출은 부진했지만 소비와 정부지출이 양호해서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일본,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물론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삼성전자 등이 흔들리면서 코스피 지수가 하락했다"며 " 특히 코스닥 시장은 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무너진 신뢰, IT부품주들의 부진으로 하락세가 코스피보다 더 가팔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저가매수도 고려하기 어렵다고 했다.

노동길 연구원은 "금융위기 당시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록했지만 매수보다는 투자심리가 변화하길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강조했다.

하인환 연구원도 "악재가 너무 많아 쉽사리 '저가매수'를 권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는 경계감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