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입품 중 일본 의존도가 90%를 넘는 품목이 화학공업, 광학기기 등 분야에서 48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산업별로 대다수 업종이 아직 일본보다 열위에 있으며 자동차, 반도체, 정밀기계 등은 여전히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8일 ‘한·일 주요 산업의 경쟁력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유엔 국제무역통계 HS코드 6단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이 일본에서 수입하는 품목은 4227개며 이 중 253개는 의존도가 50% 이상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의존도가 90% 이상인 품목도 48개였다. 방직용 섬유 등의 의존도는 99.6%, 화학공업 또는 연관공업 생산품은 98.4%, 차량·항공기·선박과 수송기기 관련품은 97.7%, 광학기기·사진용기기 등은 94.2%였다.

보고서는 또 한국 7개 주요 산업 중 5개가 일본보다 열위에 있다고 분석했다. 화학과 플라스틱, 고무 및 가죽, 기계 등 3개 품목은 절대 열위에 있고 전기·전자, 금속도 열위 품목으로 분류했다. 섬유·의류는 한국이 우위에 있고 생활용품은 대등하다고 봤다. 세계 시장 점유율과 무관하게 한·일 양국 간 수출입 품목을 놓고 비교한 것이다. 일본보다 열위에 있는 업종은 대부분 그 격차를 좁히고 있지만 세부 품목별로는 오히려 과거보다 벌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정밀기계, 자동차산업 등은 한·일 간 격차가 커졌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도 일본에 비해 개선 속도가 약화됐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산업경쟁력을 국가 전략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를 높일 수 있는 민관의 다각적인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