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D가 조선업 애널리스트 부른 이유
LG디스플레이가 최근 디스플레이 분야와 관련이 없는 조선업 전문 애널리스트들을 초청해 세미나를 했다. 중국의 추격으로 ‘LCD(액정표시장치) 세계 1등’ 자리를 내준 상황에서 비슷한 길을 가다가 최근 반전에 성공한 조선업계를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다.

2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한상범 부회장(사진)을 비롯한 LG디스플레이 TV 사업부 주요 경영진은 최근 조선산업 전문 애널리스트들과 머리를 맞댔다. 조선산업 사이클 변화를 분석하고, 국내 주요 조선업체들이 어떤 전략으로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세계 1등 자리를 되찾았는지를 분석하기 위해서다. 중국과의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판단한 한국 조선업체들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프리미엄 선박에 집중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해 한국 조선업은 7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연간 수주량에서 세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LG디스플레이도 중국 업체들의 저가 물량 공세 탓에 조선업계와 같은 길을 걷는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2017년 5월 141달러였던 40인치 TV용 LCD 패널 평균 가격이 이달엔 77달러까지 떨어졌다.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국 BOE 등이 패널 제품을 쏟아내면서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BOE는 2017년 3분기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대형 LCD 패널 생산량 1위 자리에 올라섰다. 매출의 70%를 LCD에 의존하는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분기(4~6월)에 368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LG디스플레이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중국 추격에 대응하기로 했다. 중국이 따라오기 힘든 고부가가치 제품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키우기 위해 사업 구조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 적자에도 불구하고 LG디스플레이가 경기 파주 P10 OLED 공장에 3조원을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배경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