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에선 올해 세제개편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으로 최대주주 보유 지분을 상속·증여할 때 물리는 할증세 인하 또는 폐지를 꼽는다. ‘부자 증세’ 기조를 유지해온 문재인 정부가 자칫 ‘부자 감세’로 해석될 수 있는 상속·증여세를 완화해줬기 때문이다. “뜻밖의 선물”이란 얘기가 재계에서 나올 정도였다.

상속·증여세율 최고 65→60%…대상자 적어 '생색내기용 인하'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기업 기(氣) 살리기가 아니라 조세제도 합리화를 위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연구용역을 통해 최대주주 지분이 갖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측정한 결과 △현행 할증률이 실제 프리미엄보다 높게 책정돼 있고 △중소기업 프리미엄이 대기업보다 낮으며 △최대주주 지분율과 프리미엄 간 비례관계가 높지 않다고 나온 만큼 현실에 맞게 세제를 손본 것이란 설명이다.

▶본지 6월 8일자 A1, 5면 참조

기재부가 마련한 세제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국내 기업 최대주주들은 상속·증여세 부담을 일부나마 덜게 된다. 일단 자산 규모가 5000억원에 못 미치는 중소기업 오너가 자녀에게 지분을 물려줄 때 붙는 상속세 할증세(10~15%)는 사라진다. 따라서 상속증여 금액의 최대 50%(30억원 이상)만 세금으로 내면 된다. 다만 공정거래법에 따른 자산규모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계열사는 규모가 작더라도 이 혜택을 못 받는다.

대기업은 최대주주 지분율에 관계없이 할증률을 20%로 단일화했다. 지금은 최대주주 지분을 50% 미만 상속·증여할 때는 20%, 50% 이상 상속·증여할 때는 30% 할증하도록 하고 있다. 대기업 오너들의 상속·증여세율이 최대 65%(50%+50%×30%)에 달했던 이유다. 세제개편안이 확정되면 한국의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은 65%에서 60%로 다소 완화된다. 상속·증여세 실질 최고세율이 낮아지기는 1993년 최대주주 할증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일각에선 ‘생색내기용 감세’라고 지적한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50% 이상인 대기업이 거의 없는 만큼 사실상 대기업 오너에 대한 세율은 변한 게 없기 때문이다. 할증세율이 대기업의 절반인 중소기업엔 지금도 법 적용을 유예해주고 있다. 재계는 상속세율(최고 50%) 자체를 낮추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