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변동금리로 받은 주택담보대출을 장기 고정금리 대출로 바꿀 수 있는 정책금융상품이 다음달 나온다. 금리는 연 2%대 초반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갈아타는 과정에서 대출한도가 줄지 않도록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완화한다.

금융위원회는 23일 ‘주택금융 개선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대환용 정책 모기지’(가칭)를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가 저렴한 고정금리로 대환을 유도하는 정책금융상품을 내놓는 건 2015년 ‘안심전환대출’ 이후 4년 만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맨 왼쪽)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금융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맨 왼쪽)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금융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한도 안 깎이고 고정금리로

기준금리 하락으로 기존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 대출이 더 싼 역전현상이 나타나면서 주택담보대출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대환은 신규 대출을 일으켜 기존 대출을 갚는 방식이라 강화된 LTV·DTI 규제를 적용받는다. 대출한도가 과거보다 확 깎이기 때문에 서민들은 대부분 포기하고 있다.

금융위가 이날 밑그림을 공개한 새 정책 모기지는 이런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만하다. 8·2 부동산 대책 이전 수준인 LTV 70%, DTI 60%를 적용해 기존 대출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 변동금리는 물론 변동·고정금리가 결합된 이른바 ‘준고정금리’로 대출받은 사람도 이용할 수 있다. 첫 5년간은 고정금리를 적용하다가 변동금리로 바뀌는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이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다음달 말부터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판매된다. 창구에 가지 않고 PC나 스마트폰으로 신청할 수 있다. 기존 대출을 갚을 때 발생하는 중도상환수수료(최대 1.2%)는 면제하지 않되 이 금액만큼 한도를 늘려준다.

4년 전과 달리 고소득자 제외하기로

2015년 출시된 안심전환대출은 나흘 만에 20조원, 총 31조원이 공급되며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소득 제한이 없어 중산층 이상에 혜택이 집중됐다는 지적도 받았다. 금융위는 이번 정책 모기지에선 소득 요건을 넣어 서민과 실수요자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박주영 금융위 가계금융과장은 “구체적 지원 요건과 공급 규모는 TF 회의를 거쳐 확정할 것”이라며 “고소득자는 제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대 관심사는 금리다. 적어도 안심전환대출(연 2.55~2.65%)보다는 낮을 것이라고 금융위는 밝혔다. 예를 들어 3억원을 20년 만기로 대출받은 사람이 현재 변동금리(연 3.5%)에서 저리 고정금리(연 2.4%)로 갈아타면 원리금 상환액이 월 173만9000원에서 157만5000원으로 9.4% 줄어든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전세금 반환보증 프로그램도 강화

금융위는 전세 세입자의 보증금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도 내놓기로 했다. 최근 빌라나 다가구주택에 무더기 갭 투자(전세 끼고 집 사기)를 한 뒤 잠적하거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이 늘면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주택금융공사가 미반환 전세금을 우선 지급하고, 집주인에게서 채권을 회수하는 프로그램을 올해 안에 도입하기로 했다.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때 전세금반환보증 가입 여부를 의무적으로 확인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자산관리공사(캠코)에 주택을 매각하고 살던 집에서 장기 거주할 수 있는 ‘세일 앤드 리스백’ 등의 세부 내용도 TF에서 조만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