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A씨는 ‘거부(巨富) 중의 거부’다. 정부가 계산한 A씨 가구의 월소득인정액(소득+재산의 소득 환산액)은 419억1966만원. 연간으로 치면 5030억원에 이른다. 엄청난 규모의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보유한 덕분이다. 이런 A씨에게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월 20만원씩 ‘용돈’을 주고 있다. 소득 하위 90%에게만 주던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모든 가구로 확대하면서 만 6세 미만 아동을 2명 둔 A씨도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정부가 오는 9월부터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만 7세로 확대하는 만큼 A씨의 용돈벌이 기간도 연장된다.

“고소득자에게까지 혈세를 퍼붓는 건 재정 낭비다. 모든 사람에게 ‘찔끔’ 혜택을 주는 ‘보편적 복지’ 대신 정부 지원이 필요한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선별적 복지’로 전환하는 걸 논의해야 할 시점”이란 얘기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아동수당 예산 2兆…1년새 세 배↑
초고소득자도 받는 아동수당

22일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아동수당 받는 고소득자’ 자료에 따르면 연간 소득인정액이 100억원(월 8억3333만원 이상)이 넘는 초고소득자 가운데 7가구가 아동수당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에 거주하는 B씨의 연간 소득인정액은 2500억원, 제주에 사는 C씨는 570억원에 달했다.

이들은 아동수당을 처음 시행한 작년 9월에도 신청했었지만 탈락했다. 그때만 해도 소득 상위 10%는 지원하지 않고 월소득인정액 1436만원 이하(4인 가구 기준·연간 기준 1억7232만원) 가구만 혜택을 줬다. 하지만 올해부터 소득이 얼마든 지원하는 것으로 제도가 바뀌면서 아동수당을 타게 됐다. 그 덕분에 당시 부자란 이유로 탈락했던 9만4455가구도 혜택을 보게 됐다. 현재 아동수당을 받는 가구는 185만 가구에 이른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9월부터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만 7세 미만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만 6세 생일이 지나 잠시 아동수당 지급이 중단됐던 40만여 명(2012년 10월~2013년 8월생)이 다시 수당을 받게 됐다. 아동수당 지급 대상 중 0~5세는 어린이집 보육료나 가정양육수당을 받는다는 점에서 중복 지원이란 지적이 나온다.

재정 부담 키우는 보편적 복지

올해 아동수당 예산은 2조1267억원이다. 작년(7096억원)의 3배에 이른다. 고소득층을 지급 대상에 넣은 것과 연령을 확대한 게 영향을 미쳤다.

아동수당과 함께 보편적 복지의 양대축으로 꼽히는 기초연금(65세 이상 고령자 중 소득 하위 70%에게 월 25만~30만원 지급)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기초연금을 받는 사람 중 약 9000명은 5억원이 넘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 ‘중산층’이다. 정부는 또 내년부터 월 30만원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20%에서 소득 하위 40%로 확대하는 등 예산 투입을 늘리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작년 12월 “OECD 회원국은 65세 이상 고령자의 22%에게만 기초연금을 준다. 한국은 지원 범위가 넓은 대신 빈곤 완화 효과가 낮다”고 조언했지만 정부가 선택적 복지로 돌아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서민준/오상헌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