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리 비중 높은 LCC업계
노선 3분의 1이상이 일본행
에어서울, 日노선 축소 고려
하반기에도 실적악화 지속될 듯
저비용항공사(LCC) A사는 최근 한 소셜미디어에 일본 특가 항공권을 소개하는 게시물을 올렸다가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경제 보복에 나선 일본에 가라는 얘기냐’는 항의성 댓글이 줄줄이 달리면서다. 해당 게시물과 댓글 캡처까지 온라인 커뮤니티에 빠르게 퍼지면서 파장이 커졌다. A사는 결국 해당 게시물을 황급하게 삭제하고 대신 동남아시아 특가 상품을 올렸다.

경제 보복 사태 여파로 일본 여행 자제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LCC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LCC마다 일본 여행 상품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한 LCC업계 관계자는 “10~11월 비수기에 대비한 마케팅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실적 악화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日 여행 예약 절반으로 뚝"…LCC의 한숨

에어서울, 일본 노선 비중 66% 달해

21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 및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에어서울 등 국내 6개 LCC의 일본 노선이 전체 국제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소 30%를 넘는다. 2016년 7월 운항을 시작한 신생 LCC인 에어서울은 18개 국제선 중 3분의 2인 12개가 일본 노선이다. 일본 비중이 가장 낮은 에어부산도 31.3%에 달한다.

LCC들은 그동안 일본 노선을 공격적으로 늘려 왔다. 비행 거리가 짧고 관광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 데다 취항도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정부 간 항공자유화 협정에 따라 양국 항공사는 김포·하네다공항을 제외한 모든 상대국 공항에 제약 없이 노선을 개설할 수 있다. 일본과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는 정부 간 개별 협약을 맺어야 취항이 가능하다. 일본만큼 가깝긴 하지만 중국에 LCC 노선이 적은 이유다.

LCC 성장의 효자 역할을 해오던 일본이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은 지난 2분기(4~6월)부터다. 일본의 작은 도시를 찾던 여행객이 환율 상승(원화 약세) 영향으로 확 쪼그라든 탓이다. 증권업계에선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제주항공과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의 2분기 실적이 크게 나빠진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다 일본의 경제 보복 사태가 불거지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통상 성수기인 7~8월엔 기존 예약에 큰 변화가 없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해약금을 물면서까지 기존 일정을 취소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내년 1분기 성수기를 대비한 마케팅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에어서울은 일본 노선을 축소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日 여행 동호회도 ‘올스톱’

여행업계 한숨도 커지고 있다. 일본 여행 예약률이 평소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면서다.

국내 해외 여행객 유치 규모로 1위인 하나투어의 일본 여행 신규 예약자 수는 이달 8일 이후 하루 평균 500명 선으로 떨어졌다. 평소의 절반 수준이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하나투어의 하루 평균 일본 여행 패키지상품 예약자 수는 1100~1200명이었다.

모두투어 역시 이달 들어 일본 여행 신규 예약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70% 급감했다. 예약 인원 기준으로 따지면 50% 감소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반일(反日) 감정이 워낙 거세 파급 효과가 큰 상황”이라며 “이번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상할 수 없어 더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일본을 오가는 여행 관련 커뮤니티도 ‘올스톱’된 분위기다. 국내 최대 일본 여행 커뮤니티로 회원 133만 명을 보유한 ‘네일동(네이버 일본 여행 동호회)’은 최근 회원들 간 토론 끝에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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