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직무급제 도입한 뒤 업무 효율·만족도 높아졌다"
“직무급제를 도입한 뒤 직원들의 업무 효율이 향상됐습니다. 전체 인건비가 늘지 않았는데도 일반 직원의 급여 수준이 높아졌습니다.”

손주석 한국석유관리원 이사장(59·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달 1일부터 공공기관 최초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직무급제를 도입한 뒤 사내 분위기가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직무급제는 직무 난이도와 책임 정도 등에 따라 보수를 유연하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연공서열이 아니라 역할 단계가 오르거나 성과를 제대로 내야 월급이 인상되는 구조다.

손 이사장은 “작년 6월 취임 후 1년간 설득 작업을 벌였다”고 말했다. 석유관리원은 근속연수가 임금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급별 급여 상한값을 설정하고 고위직의 승급 가산액을 50% 이하로 조정했다. 그는 “연공서열 구조를 파괴하는 실험이어서 처음엔 사내 반대가 심했다”며 “근로자 대표와 매주 회의를 열었고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한 결과 97.5% 찬성으로 도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손 이사장은 “우리가 도입한 직무급제는 고임금을 받는 고위직 연봉을 깎고 그 재원을 바탕으로 하위직 급여를 전반적으로 높이는 방식”이라며 “동일 가치의 직무에 같은 임금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물론 정부 혁신 방향에도 부합한다”고 했다.

석유관리원은 자체 연구개발(R&D)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기존 1처4팀이던 석유기술연구소 조직을 2처5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한국형 발사체 엔진에 맞는 전용연료 개발을 돕기 위해 항공우주연구원과 협약을 맺기도 했다. 손 이사장은 “가짜 석유를 적발하는 본연의 업무 외에 R&D 기능을 확대해 국가 연료정책 수립에 기여하고 미래 먹거리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주관한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선 최고인 1등급을 받았다. 손 이사장은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직원과 이사장 간 핫라인인 청렴소통방을 개설했다”며 “업무 고충과 의견, 비위 행위를 실명 또는 익명으로 실시간 제보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