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인당 국민소득(GNI·달러 환산)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실질 성장률과 물가(GDP디플레이터)를 반영한 명목 성장률을 달러로 환산해 나타내는데, 경기침체로 이 세 가지 변수(실질 성장률·물가·원화 가치)가 모두 지난해 대비 크게 낮아진 데 따른 것이다. 실질 성장률은 산업화 이후 네 번째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물가는 13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둔화될 전망이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연초부터 떨어져 작년 평균 대비 4% 이상 하락했다.

3低 탓에…1인당 국민소득 4년만에 감소할 듯
올해 국민소득이 플러스가 되려면 올해 남은 기간 원화 가치가 가파르게 치솟거나 하반기 4~5%의 고성장을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둘 다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올해 국민소득이 감소하면 2015년 이후 4년 만이다

21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평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48원98전으로 집계됐다. 지난해(1100원30전)와 비교하면 4.4% 올랐다. 평균 환율은 당분간 계속 상승할 전망이다. 4월 이후 가파르게 올라 최근에는 줄곧 1170~1180원대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면 달러로 환산한 우리나라 명목 국민총소득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이를 상쇄하고도 국민소득이 플러스를 유지하려면 명목 성장률을 구성하는 실질 성장률과 물가가 더 많이 올라줘야 한다.

하지만 올해 실질 성장률은 2% 안팎에 머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내놨다. 1980년(2차 석유파동), 외환위기 때인 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등 위기 상황을 제외하면 산업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와중에 물가는 바닥을 기고 있다. 지난 1분기 GDP디플레이터는 전년 동기 대비 0.5% 감소했다. 2006년 1분기 이후 13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감률이다. KDI는 올해 전체 GDP디플레이터 증감률도 13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국민소득 감소가 확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려면 남은 기간 평균 환율이 1100원을 밑돌거나 이례적인 경제 호황을 나타내야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국내 경기 상황과 대외 여건 등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명목 성장률이 2% 안팎에 머물고, 원·달러 평균 환율이 연말까지 최근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3만3434달러)보다 4.2%가량 줄어든 3만2000달러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처음으로 3만달러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으나 지난 6월 국민계정 통계 기준 연도 개편으로 돌파시점이 2017년으로 변경됐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