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경제 활성화’ 간담회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왼쪽부터)와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등이 참석했다.  /금융위원회 제공
‘데이터경제 활성화’ 간담회가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왼쪽부터)와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등이 참석했다. /금융위원회 제공
“정치적 이슈 때문에 산업 혁신이 볼모로 잡혀 법 개정이 미뤄지는 건 정말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생각해 여러 사업을 준비했습니다. 무산되면 큰일입니다.”(서래호 미래에셋대우 상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금융회사 개인정보 담당 임원부터 토스·뱅크샐러드 등 금융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창업자까지 20여 명이 모였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데이터경제 활성화’ 간담회였다.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데이터경제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정치적 갈등으로 금융 혁신이 고사하고 있다는 비판도 줄을 이었다.

“제발 빨리 통과시켜달라”

데이터경제 3법은 개인정보 관련 규제를 풀어 금융사가 빅데이터 기반의 신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빅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로 각광받고 있지만, 국내에선 규제가 유난히 까다로워 기업들이 마음대로 손을 댈 수 없다.

지금은 카드사가 빅데이터 분석을 할 때 ‘30대 남성이 100만원을 썼다’는 익명 정보만 활용할 수 있다. 법이 바뀌면 ‘서울 홍제동에 사는 37세 임모씨가 홈플러스에서 100만원을 썼다’는 식으로 한결 구체적인 정보를 사업에 응용할 수 있게 된다. 개정안은 지난해 10월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에서 논의 한 번 거치지 못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기업인들의 목소리는 하나였다. “제발 법을 빨리 통과시켜달라”는 것이다. 한동환 KB금융지주 전무는 “전기선을 깔았는데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상황과 같다”며 “법 자체가 막혀 절박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혁신 가로막는 개인정보 규제

빅데이터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믿고 사업을 준비해온 벤처기업들은 더 절실했다. 보험 스타트업 보맵의 방재순 이사는 “상반기에 통과될 것으로 예상해 사업 계획을 짰는데 계속 지연되고 있다”며 “서비스를 빨리 출시하게 해달라”고 했다.

배경화 현대카드 상무는 “스타트업도 힘들지만 대기업도 어려움이 많다”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는데 개인정보 규제에 발목 잡혀 사장되는 게 대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2010년부터 페이스북에서 데이터를 구입해 활용하고 있다”며 “데이터라는 기본 재료가 준비되지 않으면 대기업이 해외로 나가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고 말했다.

금융사마다 빅데이터 전담 조직을 꾸리고 인력을 보강하고 있지만, 모호한 법 체계 안에서 ‘알아서 조심’해야 하는 처지라는 하소연도 나왔다. 정희철 삼성생명 상무는 “개인정보와 관련한 정부 가이드라인을 합리적으로 따랐는데도 시민단체의 고소·고발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며 “빅데이터 활용에 관한 법적 요건이 명확해져야 새로운 사업 영역을 발굴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업계의 ‘작심 비판’을 거들었다. 최 위원장은 “지난 2월 공청회를 마친 이후 국회에서 아무 진전이 없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법 처리가 지연되면 스타트업의 성장 사다리를 박탈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