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리세이드 고객 2만명 떠났는데…뒤늦게 증산 동의한 현대차 노조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사진) 증산에 동의했다. 2만 명이 넘는 국내 고객이 기다리다 지쳐 구매를 포기하고, 노조 이기주의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뒤늦게 2공장 공동생산에 합의했다.

▶본지 7월15일자 A1·17면 참조

1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이날 고용안정위원회를 열고 기존 울산 4공장 외 2공장에서도 팰리세이드를 생산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노사는 1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4공장 고용안정 합의서’에 서명한다. 현대차는 라인 공사와 시범생산을 거쳐 추석 직후부터 2공장에서도 팰리세이드를 양산할 계획이다.

팰리세이드 고객 2만명 떠났는데…뒤늦게 증산 동의한 현대차 노조
지난해 말 나온 팰리세이드를 구매하려다 포기한 국내 고객은 2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과 미국 시장에 밀려있는 주문이 5만 대에 달할 정도로 차량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4공장은 월 8600대의 팰리세이드를 생산하고 있지만, 밀린 주문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회사 측이 2공장에서도 팰리세이드를 생산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4공장 노조 대의원은 특근 수당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4공장 대의원들은 지난 16일 “회사가 공동생산을 강행하면 앞으로 특근을 거부하겠다”고 결의하기도 했다.

4공장 대의원들의 ‘몽니’가 계속되자 업계에서는 물론 노조 내부에서도 “지나치다”는 반응이 나왔다. 하부영 노조위원장까지 나서서 4공장 대의원들을 설득했다. 결국 현대차 노사는 4공장의 팰리세이드 최소 생산량을 연간 15만5000대로 보장하고, 판매가 줄어들면 2공장 생산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공동생산에 합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장별로 생산 물량을 조정할 때마다 노조 동의가 필요한 현대·기아차의 황당한 단체협약을 바꿔야 한다”며 “이번처럼 노조가 몽니를 부리면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가지 못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