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보복에도…'반도체 초격차' 벌리는 삼성
일본의 대(對)한국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에도 삼성전자가 D램 신제품을 내놓으며 ‘초격차’ 유지 전략에 나섰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기술격차를 유지해 5세대(5G) 이동통신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18일 5G 이동통신 시대에 맞춰 역대 최고 속도를 구현한 12Gb(기가비트) LPDDR5(low power double data rate 5) 모바일 D램을 세계 최초로 양산했다고 발표했다. 이달 말부터 2세대 10나노급(1y) 12Gb 칩 8개를 탑재한 12GB(기가바이트) LPDDR5 모바일 D램 패키지를 양산한다.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모리 시장을 선점하고, 고객들의 공급 확대 요구에 빠르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신제품은 지금까지 출시된 모바일용 D램 중 속도가 가장 빠르다. 하이엔드 스마트폰에 탑재된 기존 모바일 D램(LPDDR4X·4266Mb/s·초당 Mb를 보낼 수 있는 데이터 전송속도)보다 약 1.3배 빠른 5500Mb/s 속도로 동작한다. 이 칩을 12GB 패키지로 구현했을 때 풀HD급 영화(3.7GB) 약 12편 용량인 44GB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다. 일반적인 울트라 슬림 노트북에 탑재된 8GB D램 모듈보다 용량이 더 크다. 이 덕분에 차세대 5G 플래그십 스마트폰에서 초고화질 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새로운 회로 구조를 도입해 기존 제품 대비 소비전력은 최대 30% 줄였다.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을 안정적으로 구현하면서도 배터리 사용시간은 더 늘렸다. 폴더블폰과 같이 화면이 두 배 이상 넓어진 초고해상도 스마트폰에서 다양한 기능을 보다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 부사장은 “현재 주력 공정인 2세대 10나노급(1y)을 기반으로 차세대 LPDDR5 D램의 안정적인 공급 체제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글로벌 고객들이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적기에 출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앞으로도 속도와 용량을 높인 라인업을 한발 앞서 출시해 프리미엄 메모리 시장을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고객들의 수요에 맞춰 내년부터 경기 평택캠퍼스 최신 라인에서 차세대 LPDDR5 모바일 D램을 본격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이번 제품 양산에 이어 용량과 성능을 더욱 높인 16Gb LPDDR5 D램도 경쟁사보다 앞서 개발할 예정이다.

이번 제품 생산에는 일본이 규제한 반도체 3대 핵심 소재(포토레지스트·에칭가스·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가운데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만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경제보복이 장기화하면 LPDDR5 모바일 D램 양산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