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특별 세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를 사이에 두고 서로 손을 잡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특별 세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를 사이에 두고 서로 손을 잡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자동차 관세’는 뉴욕 증시 투자자들의 머리 속을 맴돌고 있는 잠재된 폭탄입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어느 정도 가닥을 잡고 나면 트럼프 대통령이 잠시 미뤄뒀던 수입차 관세를 다시 꺼내 유럽과 일본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벌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로이터는 17일(현지시간) 미국과 일본이 이르면 9월 유엔총회 기간에 일본은 미국산 농산물을 대량 사들이고, 미국은 일본산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는 내용의 무역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5, 6월 두 번이나 회동한 신조 아베 일본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런 내용을 제안해 어느 정도 합의를 봤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아픈 곳이 바로 농산물입니다.

무역전쟁 속에 중국이 대두 등 농산물 수입을 중단하면서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미 중부 농민들이 커다란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아픈 곳을 아베 총리가 도와주겠다고 나선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방일 때 일본과의 무역협상을 오는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 뒤로 통크게 미뤄준 배경입니다.

게다가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총리의 자민당이 승리해 85석 이상을 확보할 경우 평화헌법을 개정해 ‘전쟁 가능한 국가’가 됩니다. 미국의 무기 등을 대거 사들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또 다른 고민거리 중 하나가 보잉입니다. 갑작스런 ‘737맥스’ 여객기 연쇄 추락으로 보잉은 위기에 빠졌습니다. 주력 기종이던 ‘737맥스’ 주문이 ‘0’로 추락하면서 올해 판매댓수에서 유럽 에어버스에 추월당할 게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보잉은 수많은 부품을 구매해 조립해 항공기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미국 제조업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는 뜻입니다. 제조업 중흥을 부르짖어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끝까지 737맥스 운항 정지를 막으려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보잉은 미국 최대의 군수회사이기도 합니다.

A-10 탱크킬러 공격기와 AH-64 아파치 헬기, CH-47 치누크 헬기, MH-139 헬기, B-1B 폭격기, F-18전투기, F-15전투기, 중거리 미사일 방어시스템, 대륙간탄도탄(ICBM) 등 미사일, 무인기(드론), 각종 레이더 시스템을 생산합니다.

일본이 전투기와 미사일, 드론 등을 대량 구매할 경우 보잉은 부활의 기반을 다질 수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수입차 관세를 해결하기 위해 이렇게 트럼프 대통령의 가려운 곳 두 곳을 긁어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어떨까요. 유럽연합(EU)은 이날 아마존에 대한 공식 반독점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EU의 마르그레타 베스타게르 경쟁담당 위원은 “아마존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마존 마켓플레이스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독립 소매업자들의 정보를 사용했는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마존의 자체 상품(PB) 판매를 위해 비슷한 물건을 파는 사업자들의 판매 및 고객 정보 등을 활용해 경쟁규칙을 위반했는 지 따지겠다는 겁니다. 아마존이 이를 위반했다고 판단될 경우 EU는 아마존에 대해 글로벌 연간 수입의 최대 10%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EU 국가들은 또 미국 IT 기업에 대한 ‘디지털세’ 부과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지난주 의회에서 연수익이 7억5000만유로 이상이면서 프랑스 내에서 2500만유로 이상 수익을 내는 글로벌 IT 기업을 상대로 프랑스 내 총매출의 3%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의결했습니다.

미 행정부가 무역법 301조를 동원해 디지털 세금의 불공정성을 조사하겠다고 했지만, 프랑스 의회는 강행했습니다.

프랑스 뿐이 아닙니다. 영국 재무부도 지난 11일 내년 4월부터 영국 내에서 IT 사업을 벌이는 기업에 부과되는 디지털세의 과세 초안을 발표했습니다. 스페인도 새 내각이 구성되는 대로 조속히 디지털세 도입 방안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초 영국, 프랑스 등은 EU 차원의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했으나 아일랜드, 핀란드 등의 반대로 무산되자 이처럼 각국별로 세금 도입을 진행 중입니다.

월스트리트 관계자는 “EU의 미국 IT 기업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세금은 미국의 수입차 관세에 대한 대응 수단의 하나로 쓰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럽이 강경하게 디지털세금 등을 밀어붙이는 게 수입차 관세에 대응해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는 해석입니다.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나라는 EU와 일본, 멕시코와 캐나다, 그리고 한국입니다.

성공 여부는 아직 모르지만 EU는 강경책을, 일본은 유화책을 준비하는 듯 합니다. 또 멕시코와 캐나다는 올 초 USMCA를 타결하면서 관세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제 한국만 남았습니다. 우리의 대응책은 무엇일까요.
뉴욕=김현석 특파원
뉴욕=김현석 특파원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