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세먼지 없는 쾌청한 하늘이 유지됐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미세먼지 없는 쾌청한 하늘이 유지됐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국내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보통 수준을 오가는 가운데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된 자동차 업계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경유차가 ‘고등어 구이’와 같은 희생양이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달 들어 국내 미세먼지 수치가 좋음~보통 수준에 머물고 있다. 17일 장마전선이 북상하며 전국에 짙은 안개가 발생했지만, 미세먼지 농도는 서울 전 권역이 ‘보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분기 전국에서 총 526회에 걸쳐 초미세먼지 주의보와 경보가 발령됐던 것과 비교하면 대기 질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환경의 날 기념식에서 미세먼지 주범으로 경유자동차를 지목했다. 문 대통령은 수도권 미세먼지에 대해 "대부분 경유자동차를 비롯한 수송 분야가 원인"이라며 "운행 중인 경유차를 조기에 감축하고, 친환경차로 대체하는 정책이 빠르게 시행되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2030년까지는 경유 승용차를 퇴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단정짓긴 어렵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지적이다.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원인이라면 최근 미세먼지 감소는 경유차 감소에 기인한 것이어야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등록된 경유차는 올해 상반기 기준 997만4649대를 기록, 지난해 12월 대비 4만5112대 늘어나며 증가세를 유지했다. 미세먼지 주범인 경유차가 늘어났는데 미세먼지는 줄어든 기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지난 12일 국내 발생한 미세먼지·초미세먼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측정됐다. 사진=환경부
지난 12일 국내 발생한 미세먼지·초미세먼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측정됐다. 사진=환경부
경유차 퇴출이 환경을 보호하는 행위도 아니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세먼지는 대기 중의 질소산화물이 다른 오염원과 결합해 발생한다. 경유차의 주무대인 유럽에서는 경유차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0.168g/㎞로 제한하는 유로6C 인증이 운영되고 있다. 내년 1월부터는 기준이 강화돼 0.12g/㎞로 바뀐다. 현재 판매되는 경유차들은 휘발유차 0.179g/㎞, LPG차 0.14g/㎞과 질소산화물 배출량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있어서는 경유차가 0.152㎏/㎞인데 비해 LPG차는 0.181㎏/㎞로 30% 가량 많이 배출한다. 휘발유 엔진의 열효율(BTE)은 38% 수준이어서 43%인 경유엔진보다 떨어진다. 항목별 편차는 있지만 전체적인 환경오염을 기준으로 봤을 때 휘발유, 경유, LPG 모두 대동소이한 수준이다.
서울 서초동 인근 경부고속도로 상·하행선에 차량들이 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인근 경부고속도로 상·하행선에 차량들이 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동차 업계에서는 경유차가 전기차, 수소차 등을 제외하면 오염물질 배출량에 큰 차이가 없는데도 중국 등지에서 유입된 미세먼지의 책임을 뒤집어썼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17년 폭스바겐이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한 사건(디젤게이트)으로 대규모 리콜에 나서면서 인식이 악화됐고, 이를 정부가 호도했다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치를 조작한 것은 언급할 필요도 없는 범죄”라며 “그와 별개로 경유차들의 배기가스 배출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특정 회사의 잘못을 경유차 전체의 문제로 호도한 것은 지나친 행위”라고 지적했다.

경유차 판매량도 회복세로 돌아섰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5018대던 경유차 판매량은 5월 6019대, 6월 6640대로 늘어났다. 판매 재개된 폭스바겐 알테온이 5월 673대, 6월 628대 판매되며 회복세를 주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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