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무대에 나가면 우리의 이익을 대변해줄 나라가 하나도 없어 외로운 느낌이 듭니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한국의 통상 전문가로서 겪는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17일 ‘통상환경 변화와 정책 방향’을 주제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다. 그는 1995년부터 20년 넘게 국제협상의 최전선을 지켜온 통상 전문가다.

“유럽연합(EU)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은 이해관계가 맞는 동맹국이 있지만 우리는 같은 동북아시아에 있는 중국, 일본과 동일한 입장이 아닙니다. 무역협상이나 국제회의에 가면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가 아니다 싶은 게 있으면 즉각 바로잡아야 합니다.” 유 본부장은 이런 점 때문에 통상 인력 한명 한명의 역량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무원의 순환 보직 시스템과 언어장벽 등 때문에 통상 전문가를 키우기 쉽지 않다는 속내도 털어놨다.

유 본부장은 통상정책의 혁신 역시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그는 “지금은 외부에서 현안이 계속 터져 불 끄러 다니는 소방수 역할을 주로 하지만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능동적인 정책 혁신”이라며 “한국 기업과 국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국제 규범 개선을 선도하고 국내 제도를 정비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자신의 취미가 신문 사설과 칼럼을 읽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유 본부장은 “통찰력 있는 사설과 칼럼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며 “한국경제신문은 오후 6~7시면 다음날 신문의 사설이 올라오지만 어떤 언론사는 새벽에야 공개돼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며 웃음을 지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