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저축은행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지방 경기가 나빠져 미래 사업을 둘러싼 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을 기반으로 한 중·대형 저축은행이 속속 새 주인을 찾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저축은행 'M&A 양극화'…지방 매물 쌓여간다
수도권 ‘웃고’, 지방 ‘울고’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OSB저축은행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받고 있다. 국내 몇몇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전략적투자자(SI)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OSB저축은행은 일본계 오릭스코퍼레이션과 미국 올림푸스캐피털이 보유한 자산 규모 업계 10위권 저축은행이다. 규제가 많은 저축은행업 특성상 새 주인을 찾기 힘들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어 인기를 끈 것으로 전해졌다. OSB저축은행은 지난해 자산 규모 2조16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2%(1753억원) 늘었다. 순이익은 240억원을 기록했다.

OSB저축은행 등 서울을 영업권으로 하는 저축은행은 최근 M&A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계 JC플라워는 최근 애큐온캐피탈과 자회사 애큐온저축은행을 패키지로 홍콩계 PEF 베어링PEA에 매각했다. 인수 절차를 끝낸 뒤에도 수도권에서 인지도를 쌓은 ‘애큐온’ 브랜드를 계속 쓰기로 했다. 서울 봉천동에 본점 1개만을 둔 소형사 삼보저축은행도 최근 캠핑용품 제조업체 라이브플렉스와 발광다이오드(LED)업체 씨티젠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무궁화자산신탁은 최근 국내 1세대 저축은행으로 꼽히는 민국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실사를 벌였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저축은행은 라이선스만으로 높은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며 “금융업 진출을 꾀하는 중소기업과 매각 차익을 노리는 PEF들이 꾸준히 노리는 매물”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 규제 ‘2중고’

저축은행은 라이선스를 받은 지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 대출해야 하는 규제를 받는다. 사실상 ‘지역규제’다. 해당 지역 내 대출 비중을 서울과 인천·경기는 50%, 그 외 권역은 4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제조업 침체로 지역경기가 나빠지면서 지방 저축은행의 매력이 더 떨어지게 된 이유다.

대유그룹 산하 대유플러스와 대유에이텍은 2017년부터 광주·호남권 최대 저축은행인 스마트저축은행의 공개매각 등을 추진했지만 아직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새로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접수하지 않고, 진행되는 절차도 없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부산·경남권의 DH저축은행과 대구·경북권 머스트삼일·대원 등 소형 저축은행도 ‘대기 매물’로 꼽히지만 본격적인 매각작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 기반 저축은행들은 최근 제조업 경기가 침체하면서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나빠졌다. 당분간 새 주인을 찾는 데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분석된다. 대형 저축은행들은 핀테크(금융기술) 업체와 직접 경쟁하기 위해 자체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지역 기반 저축은행은 정보기술(IT) 관련 연구개발에 투자할 여력도 없다.

저축은행 고위 관계자는 “같은 대주주가 저축은행을 3개 이상 소유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와 까다로운 대주주적격성 심사 등을 완화해 저축은행의 M&A 물꼬를 터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