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카뱅 상품·UI 따라하기
카뱅, 시중은행에 불만 제기
"지나친 베끼기 자제 해달라"
카카오뱅크의 상품과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사용자환경(UI)까지 베끼는 은행이 늘면서 카카오뱅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서비스를 개발해놓고도 다른 은행들과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최근 앱을 개편한 A시중은행에 “모바일 앱 구성과 상품 기획이 과도하게 동일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지나친 베끼기를 계속한다면 강경 대응하겠다는 경고다. A은행은 카카오뱅크 측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즉각 구성을 바꿨다.

카카오뱅크 베끼기는 이미 금융권에서 만연해 있다. 공인인증서를 거치지 않는 간편이체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카카오뱅크가 간편이체 서비스를 내놓자 은행들도 움직였다. 신한·국민·우리·KEB하나·농협·기업은행 등 주요 은행이 모두 ‘탈(脫)공인인증서’로 앱을 구현하는 계기가 됐다.

앱을 켜자마자 여섯 자리 간편비밀번호를 눌러 로그인하는 UI 역시 카카오뱅크가 선보인 뒤 다른 은행에 확산됐다. 과거에는 은행 앱에 로그인하려면 공인인증서 또는 아이디, 비밀번호를 일일이 입력해야 했다. 앱 첫 화면에서 한눈에 계좌 정보를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정보를 단순화한 것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뱅크가 기획한 ‘26주 적금’ ‘비대면 전월세대출’ 등의 상품 방식을 따라 선보인 은행도 상당수다.

카카오뱅크 내부에선 어느 수준까지 벤치마킹으로 용인하느냐를 고민하고 있다. 식품과 패션에서 미투(me too) 상품이 잇따르듯 금융권에도 미투 콘텐츠가 확산되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란 시각도 있다. 남들이 따라할 만큼 해당 콘텐츠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어서다.

그럼에도 A은행처럼 베끼는 정도가 심하거나 고객까지 뺏어갈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땐 강경 대응하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작업자들이 1년 넘게 공들여 개발한 UI까지 너무 쉽게 베껴간다”며 “‘메기 효과’라며 웃어넘기기엔 앱 구성과 메뉴 배치 순서까지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애플 아이폰과 삼성전자 갤럭시의 ‘디자인 카피’ 법적 공방이 벌어진 것처럼 금융권에도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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