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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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40원(2.9%) 오른 8590원으로 결정됐다. 10년 만에 가장 낮은 인상률로,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요구했던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20년 최저임금 결정은 최근 정부와 여당에서 우세한 '속도조절론'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2020년 1만원 공약 달성을 요구했던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문재인 정부 3년차에 노정관계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매년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제13차 전원회의 결과 오전 5시30분쯤 이러한 안건을 의결했다. 내년 최저임금 최종안으로 근로자위원은 시급 8880원(6.8% 인상)을, 사용자위원은 시급 8590원(2.9% 인상)을 각각 제시했다. 표결 결과 15대11로 사용자안이 채택됐다. 재적위원 27명이 모두 표결에 참여, 1명은 기권했다.

근로자 사용자 공익위원이 9명씩 포진된 위원회 구조를 감안하면 공익위원 9명 중 6명이 사용자 안에 표를 던지면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용자위원들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3% 이상 올릴 수는 없다고 판단, 3% 인상률을 적용한 8600원에서 10원을 깎은 8590원을 제시했다.

사용자위원 일동은 의결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10년 만에 가장 낮은 인상률이기는 하나, 금융위기와 필적할 정도로 어려운 현 경제 상황과 최근 2년간 급격히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절실히 기대했던 최소한 수준인 '동결'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아쉬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시급 8590원은 올해 최저임금(시급 8350원)보다 240원 높다. 인상률은 2.9%로 올해(10.9%)보다 8%포인트 낮다. 인상률 자체만 본다면 2009년 심의 당시 채택된 2010년 적용 최저임금(전년비 2.8% 인상)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역대 인상률로 따지면 3번째로 낮다. 올해보다 낮은 수준의 인상률이 결정된 해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였다.

박준식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외환위기는 아니지만 사용자 측에서 실물경제가 어렵다는 얘기를 한다"며 "미중 분쟁이나 일본에서의 (무역제한) 부분들이 경제를 어렵게 한다는 얘기도 많다. 그런 부분이 작용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최저임금이 많이 올라 중위임금의 60% 정도에 가 있다"며 "그에 따라서 인상률이 결정된 것이고 IMF 이후 3번째로 높다 낮다는 의미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의결에 대해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노동계는 최초 요구안으로 1만원(올해 대비 19.8% 인상)을 주장했고, 이를 1차 수정안에서 9570원(14.6% 인상)으로 낮췄다. 2020년 최저임금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공약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 실패는 확정됐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1만원 공약 달성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 참사가 일어났다"며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정책, 최저임금 1만원 실현, 양극화 해소는 완전 거짓 구호가 됐다"고 비판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위 의결 결과에 따라 다음 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노사 양측은 이날부터 고시일까지 최저임금위 의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