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과잉재고 해소 기대
지속적으로 떨어지던 D램 반도체 현물 가격이 10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을 규제하자 공급 부족 사태를 우려한 일부 고객사가 구매량을 늘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日보복 이후…"더 사두자"…D램값 10개월 만에 반등

12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품인 8Gb(기가비트) DDR4 D램의 현물 가격은 지난 11일 3.10달러로 이틀간 3.1% 올랐다. 지난해 9월 14일 같은 제품의 가격이 7.38달러를 기록해 전날보다 약 0.2% 상승한 이후 10개월 만의 첫 반등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가 시장의 심리적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며 “고객사들이 일단 제품을 확보해 재고를 늘리는 방향으로 구매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업황 침체로 쌓인 과잉 재고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두 달치가 넘는 재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지나치게 많은 한국 반도체업체의 완제품 재고가 수익성 회복의 걸림돌이었다”며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을 불허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만 아니면 이번 사태가 (한국 업체들에) 약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日보복 이후…"더 사두자"…D램값 10개월 만에 반등

日 수출 규제 장기화 우려…D램 수요 '꿈틀'

D램 현물 가격이 10개월 만에 반등하면서 시장에서는 반도체 수급이 개선되고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일본의 대(對)한국 소재 수출 규제가 장기화할 것을 우려한 일부 모듈 업체가 선취매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물 가격 반등이 당장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3분기 메모리 반도체 성수기를 앞두고 일본의 제재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 ‘심리적 불안감’을 느낀 고객사들이 앞다퉈 제품을 사들이면서 수급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물가 상승 얼마나 의미있나

현물 가격은 소비자가 시장에서 반도체를 직접 구입할 때 값이다. 변동폭이 크지만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도체를 대규모로 구입하는 전자업체들이 반도체 제조업체와 계약하는 가격은 고정거래 가격이다. 한 달에 한 번 집계된다. 반도체 현물 가격은 고정거래 가격을 예측할 수 있는 ‘선행지표’다. 2016년 D램 사이클이 회복기에 접어들 때도 현물 가격이 먼저 올랐다.

하지만 D램 현물가의 경우 대표성이 크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현물 시장에서 거래되는 D램은 대부분 PC용 D램이다. PC용 D램은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내외에 불과하다. D램 수급을 좌우하는 서버용 D램과 모바일용 D램은 현물 시장에서 거의 거래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D램 가격의 핵심 변수는 서버용 D램 고객이 언제 돌아오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아직까지 북미 서버 고객 수요는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수요 회복 시점을 3분기 말에서 4분기로 보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업체들의 서버용 D램 재고는 정상 수준인 4주까지 축소됐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오는 4분기 인텔이 신규 서버용 CPU를 출시하면 서버용 D램 수요도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는 반도체 업황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일본 수출 규제 지속 여부도 관심

일본의 대한국 소재 수출 규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국내 반도체 업체에 충격을 줄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2개월치 이상 쌓여있는 재고를 떨어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실제 소량이지만 현물 시장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르기 전에 재고를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소재 수출을 전면 불허하는 단계까지 갈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디지털 시대에는 D램이 원유만큼 중요하다”며 “만약 이런저런 이유로 D램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한다면 파장은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하게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경제 쓰나미’를 아는 일본 정부가 전면 불허까진 안 갈 것이란 진단이다.

그는 이어 “전 세계에서 한국의 D램 시장 점유율은 75%로 영향력이 막강하다”며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로 인해 국내 반도체 생산이 2개월여만 중단돼도 전 세계적 문제로 확대되고, 그렇게 되면 반도체 가격은 폭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재연/최만수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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