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목적으로 했다면 사고로 인정 못 받아
"20년 전 판례, 현재 기준으로 다툼 여지 있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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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필수품이 된만큼 일상에서도 사건사고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누가 봐도 확실한 자동차사고의 경우에는 논란이 발생하지 않겠지만, 다양한 사건사고들 중에는 과연 이러한 사고도 자동차 사고인지 궁금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운행중은 아니지만 자동차에서 발생한 사고가 자동차 사고일지 아닐지는 모호할 때가 있습니다.

☞차량에서 잠을 자다가 사망사고가 발생한 사례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졸음이 와서 국도에서 빠져서 동네 쪽으로 들어가 나무 아래에 주차했습니다. 이후 춥지 않기 위해 시동을 켜서 히터를 켜놓은 상태에서 잠을 자다가 일가족이 질식사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자동차 사고일까요? 아닐까요?

만약 자동차 사고라면 탑승한 가족은 대인배상 또는 자손으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동차 사고가 아니라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할 것입니다. 대법원은 자동차 사고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자동차 사고의 판단 기준은 ‘자동차의 소유, 사용, 관리 중’의 사고를 말합니다. 자동차보험약관 중 자기신체사고에 관해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 사용, 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었을 때 약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판례에 따르면 승용차를 운행하기 위하여 시동과 히터를 켜놓고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잠을 자기 위한 공간으로 이용하면서 다만 방한 목적으로 시동과 히터를 켜놓은 상태에서 잠을 자다 질식사한 경우, 자동차운행중의 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00. 1. 21. 선고 99다4182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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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자동차를 도로에서 끌어내어 길옆의 잔디밭에 주차시키고 잠을 자다가 자동차가 미끄러져 내려가 물에 빠져 발생한 사고도 마찬가지입니다. 피보험자가 운행 중의 자동차에 탑승하고 있을 때의 사고라고 볼 수 없어 보험사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판례가 있습니다.(대법원 1994. 4. 29. 선고 93다55180 판결).

그렇다고 자동차에서 취침을 했던 모든 경우가 인정을 못 받는 건 아닙니다. 잠을 목저으로 하지 않고 취침을 목적으로 한 경우에는 자동차 사고로 해석된 바 있습니다. 심야에 LPG 승용차를 운전해 목적지로 향하여 운행하던 중 눈이 내려 도로가 결빙돼 도로상태가 좋아질 때까지 휴식을 취하기 위해 승용차를 주차했습니다. 이 후 시동을 켠 채 승용차 안에서 잠을 자다가 차내에 누출된 가스의 폭발로 화재가 발생해 운전자가 사망한 경우입니다. (대법원 2000. 9. 8. 선고 2000다89 판결).

백주민 큰믿음손해사정 대표

백주민 큰믿음손해사정 대표

이같이 대법원 사례들은 과거에 발생한 사고들이 대부분 자동차 사고가 아니라도 판단했습니다. 지금 이러한 사고들이 최근에 발생해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본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사례들은 약 20년 전의 판례이고 과거에는 자동차를 오로지 운전이나 운반 등의 수단으로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자동차의 사용범위가 확대돼 레저용도 차량도 있고 캠핑카도 있습니다. 차량에서 잠을 자거나 쉬는 행위가 우리에게 상식이 된 시대입니다.

실제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자동차 보험의 범위를 광의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미국 자동차 보험 약관이 자동차 사고의 범위를 ‘소유, 사용, 관리’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그 약관에 따라서 소유, 사용, 관리로 그리고 우리나라는 일본의 약관을 따라서 소유, 사용, 관리로 동일한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보상에서 해석은 미국과 일본이 넓게 보고 있습니다.

답변= 백주민 큰믿음손해사정 대표(경찰대학 외래교수, 유튜브 '사고날땐 백박사')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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