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오른쪽)이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사진 왼쪽)이 비트코인을 두고 '금(金)의 대안'이란 평가를 내놓은 지 하루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 의견에 각을 세우는 모양새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나는 비트코인이나 다른 가상화페(암호화폐)의 지지자가 아니다.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매우 높고 가치 기반이 거의 없다"면서 "규제되지 않은 암호화폐는 마약 거래 등 불법 행위를 촉진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시점상 파월 의장이 11일(현지시간) 미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비트코인은 금과 같은 가치저장 수단의 일종"이라고 발언한 직후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는 단 하나의 통화밖에 없으며 다른 어떤 것보다도 강력하다. 현존하는 세계 통화 중 가장 지배적이며 언제나 최강자로 남아 있을 그것은 바로 '미국 달러'"라고 덧붙였다. 암호화폐가 달러화의 글로벌 기축통화 지위에 대한 위협요소가 될 수 없단 얘기다.


페이스북이 내년 초 발행할 예정인 '리브라' 코인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파월 의장은 "현행법상 당국이 리브라를 규제할 수 있는 기준이나 권한이 없다"고 짚으며 "전세계 규제기관들, 리브라 등과 소통 중이다. 리브라 평가에 대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페이스북이나 다른 기업들이 은행이 되고자 한다면 국내외 은행 규제를 모두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장부터 날렸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그러나 블록체인 업계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의 궁극적 지향점은 유사하다고 평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암호화폐를 규제해야 한다는 시각, 비트코인이 화폐가 아니라는 관점은 결국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대해 '관련 규제를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는 게 요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의 언급이 특히 주목받는 건 미국이 최근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서다. 암호화폐 통계사이트 코인힐스에 따르면 12일 현재 비트코인과 법정화폐 간 거래량의 75.79%를 달러화 거래가 차지하고 있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암호화폐 공개(ICO)를 승인했고, 앞서 지난달에는 미국상품거래위원회(CFTC)는 실물인수도 방식의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허용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까지 비트코인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향후 미국의 암호화폐 정책 방향에 이목이 집중된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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