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직장을 잃으면 다시 취업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생산설비를 자동화하고 해외로 공장을 옮기면서 채용인력을 대폭 줄인 결과다. 취업·이직으로 인적 자원이 효율적으로 재배치될 가능성이 줄면서 노동생산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11일 조사통계월보 6월호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노동이동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바탕으로 산출한 결과다.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업자가 직장을 찾기가 어려워진 반면 직장인이 기존 직장에 머물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고 분석했다. 실업자가 구직활동을 통해 한 달 뒤 취업할 확률을 나타내는 ‘취직률’은 금융위기 이전(2000~2009년) 28.9%에서 이후(2010~2018년) 25.6%로 3.3%포인트 하락했다. 취업자가 한 달 뒤 직장을 잃을 확률인 ‘실직률’은 1.0%에서 0.8%로 0.2%포인트 떨어졌다. 취직률과 실직률을 합친 노동회전율은 29.2%에서 26.4%로 낮아졌다. 금융위기 이후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노동시장이 경직화한 것은 국내 기업들이 공장을 동남아시아 등 해외로 옮기면서 채용인원을 줄였기 때문이다. 기업이 10억원어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취업자 수를 뜻하는 ‘취업유발계수’는 2010년 6.8명에서 2015년 6.2명으로 줄었다. 고학력 근로자가 늘어난 것도 노동시장 경직화에 영향을 미쳤다.

전반적으로 실직률이 떨어지는 추세지만 지난해 저학력 근로자의 실직률이 대폭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저학력 근로자가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났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과장은 “고학력 근로자 비중이 늘면서 전체 취직률을 떨어뜨린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