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가 새롭게 선보인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인 ‘한경희스마트홈’을 시현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가 새롭게 선보인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인 ‘한경희스마트홈’을 시현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한경희는 2000년대 초반 ‘성공한 여성 벤처인’의 상징적 인물로 통했다. 그의 이름을 딴 생활가전업체 한경희생활과학이 내놓은 스팀청소기는 당시엔 혁신이었다. 물걸레 청소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주부들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으며 공전의 히트를 쳤다. 창립 11년 만에 매출 1000억원대에 육박할 만큼 가파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과 저가 유사 제품이 봇물을 이루면서 성장에 급제동이 걸렸다. 신제품의 잇단 실패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법원의 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차츰 잊혀져 갔다.

한경희 대표가 돌아왔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지난해 법정관리를 조기 졸업했다. 한 대표가 부활의 승부수를 띄운 것은 가정용 사물인터넷(IoT)이다.

쉽고 편리한 스마트홈 구현

한경희생활과학이 10일 출시한 ‘한경희 스마트홈’은 집 안의 모든 가전제품을 음성과 원터치로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신개념 IoT 플랫폼이다. 통신사에 가입하지 않아도 플랫폼인 허브와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우리 집을 원격 조정할 수 있다. 8개의 적외선(IR) 센서가 360도에서 IR 신호를 전송해 가전제품을 제어한다. 5명까지 동시 접속이 가능하다.

‘쉽고 편리한 스마트홈’을 추구한다. 60만여 개의 리모컨 정보가 입력돼 있으며 인공지능(AI) 스피커와 연동해 음성을 인식한다. 구글의 음성 엔진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음성 명령이 가능하다. 설치 기사가 무료로 방문해 플랫폼과 관련 앱(응용프로그램) 사용법을 알려 준다. 가격은 25만5600원이다.

한 대표는 제품 발표회가 끝난 뒤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IoT, AI 시대가 열렸다지만 많은 사람이 어려워한다”며 “잘하는 제품만 고집하는 것은 우리 회사와 맞지 않기 때문에 신사업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명운’을 걸고 3년 전부터 준비했다”며 “전국 모든 가정에 이 시스템을 보급해 국내 스마트홈 역사를 다시 쓰겠다”고 덧붙였다.

“잘하는 것에 안주하지 않을 것”

하반기에 주력 신제품을 잇따라 선보인다. 공기청정기를 스마트홈과 접목한 ‘에어 케어 시스템’, 인테리어와 잘 어울리는 ‘가정용 금고’, 진공청소기와 물걸레청소기를 결합한 ‘진공물걸레청소기’ 등 제품군이 다양하다.

한 대표는 “가정의 모든 것을 관리하는 종합 케어 솔루션 회사로 거듭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돌아온 '생활가전 女王'…"이번엔 스마트홈"
과거 대표 상품이던 스팀청소기는 900만 대가 팔리며 ‘국내 가사 문화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대표는 “워킹맘이었는데 퇴근한 뒤 무릎 꿇고 걸레질하는 게 불편했다”며 “‘다리미의 스팀을 걸레에서도 나오게 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제품이 ‘대박’치며 2009년 매출은 1000억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좋지 않았다. 제품군을 늘렸지만 잘 팔리지 않았고, 가구 사업까지 뛰어들었지만 실패했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회생 절차를 밟았으나 지난해 3월 법정관리를 1년1개월 만에 조기 졸업했다.

한 대표는 최근 유튜브에 채널 ‘한경희TV’를 개설하고 젊은 층과 소통을 시작했다. ‘창업 노하우’ ‘인맥 관리 대가되는 방법’ 등의 콘텐츠를 내세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화여대 불문과를 졸업한 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교육부 사무관 등을 거쳐 1999년 창업했다. 여성 활동에 관심이 많아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를 통해 유리천장을 없애는 문화를 조성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한 대표는 “세상에 없던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삶의 질을 높이는 기업으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