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맞불 득보다 실이 더 커
전기·전자 산업 주도권 중국에 빼앗길 수도
한경연 주최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빛 해법’ 세미나
한국경제연구원은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일본 경제제재의 영향과 해법 긴급세미나'를 열었다. 왼쪽부터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위원,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배상근 한경연 전무,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 센터장.  한경연 제공

한국경제연구원은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일본 경제제재의 영향과 해법 긴급세미나'를 열었다. 왼쪽부터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위원,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배상근 한경연 전무,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 센터장. 한경연 제공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30% 감소하면 한국은 약 40조원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손실을 입게 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연 긴급 세미나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빛 해법’에서다.

발제자로 나선 조경업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경제보복은 한국 핵심 산업의 필수 중간재 수출을 통제해 공급망을 붕괴시키는 전략”이라며 한국의 GDP 손실을 우려했다. 예컨대 일본의 수출 규제로 반도체 소재가 30% 부족해지면 한국의 반도체 생산도 덩달아 30% 줄어든다.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의 일본 의존도가 43.9%(2019년 1~5월 기준)인 점과 한국 기업들의 물량 확보 상황을 고려해 ‘30% 부족의 경우’을 가정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실질 GDP는 2.2% 감소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난해 한국의 실질 GDP는 1807조7359억원으로 2.2%에 해당하는 손실 규모는 39조8000억원이다.

그는 한국 정부가 섣불리 일본에 맞불을 놓아서도 안된다고 조언했다. 득보다 실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반도체 및 반도체부품을 대(對) 일본 수출 규제 품목으로 지정한다고 가정하면 일본은 1.8%의 GDP 손실을 보게 된다. 하지만 한국의 GDP 손실은 3.1%로 더 크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보복을 강화할수록 일본의 GDP 감소폭은 감소한다”면서 “일본에 수출하는 한국 기업을 일본 내수 기업과 중국 기업이 대체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한·일 갈등이 무역 분쟁으로 격화하면 최대 수혜국은 중국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한국과 일본의 전기·전자산업 생산이 각각 20.6%, 15.5% 감소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반사 이익을 얻기 때문이다. 조 선임연구원은 “중국 전기·전자산업 생산은 2.1%, GDP는 0.5~0.7% 증가할 전망”이라며 “한국과 일본이 쥐고 있던 전기·전자 산업의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정치·외교 실패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산업·무역 구조상 한국이 일본을 제압할 수 있는 한 수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정치·외교적인 실패로 발생한 문제를 통상 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해결 의지가 약하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맞대응 확전 전략은 보여주기식 대응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내에 확산하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본산 불매 운동과 일본 관광 자제 논의는 국민 정서상 이해되지만 효과가 불확실한 데다가 일본 정부에 재보복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며 “명분과 실리 모두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생태계 전반에 파급 효과가 미칠 것”이라며 “기업 신용강등이나 성장률 저하에 이르기 전에 한일 갈등의 근본 원인을 파악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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