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지표 호조에 이어 물가전망까지 개선되는 모습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더욱 약화될지 주목된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6월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의 물가상승 전망(기대 인플레이션)은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했다.

향후 1년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 인플레 중간값은 전월보다 0.2%포인트 오른 2.7%, 3년에 대한 기대 인플레 중간값은 0.1%포인트 오른 2.7%였다.

Fed는 일반인이 기대하는 물가상승이 현재 물가상승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Fed는 물가안정과 함께 최대고용을 의회로부터 부여받은 양대 임무로 삼고 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5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전년 동기 7만2000개보다 훨씬 많은 22만4000개가 늘었다. 블룸버그 통신의 16만개 등 전문가 전망치를 웃돈다.

미국의 지난 6월 실업률은 3.7%로 5월 3.6%보다 조금 올랐으나 여전히 수십 년 만에 가장 낮은 완전고용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은행들은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가 뚜렷해지는 데다가 미국 내 물가상승이 저조하고 고용도 상대적으로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금리 인하의 필요성을 지적해왔다.

Fed도 지난달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경기확장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혀 금리 인하 기대에 불을 붙였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점을 들어 이달부터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투자은행 가운데 제일 늦게 금리 인하론에 가세한 골드만삭스의 경우에도 7월과 9월 0.25%포인트를 내리되 상황이 악화하면 0.5%포인트를 한꺼번에 내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성급했거나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향후 물가를 예측할 수 있는 기대 인플레가 상승하고 고용도 양호한 흐름을 유지해서다.

이르면 이달(30∼31일) 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거나 아니면 기준금리 인하 폭이 0.25%포인트가 아니라 0.50%포인트로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은 성급한 기대라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 경기가 미국 역사상 최장기의 확장세를 기록했다는 점도 향후 경기둔화에 대비한 '예방적 차원'의 금리 인하를 결정하기엔 아직 성급하다는 지적을 뒷받침했다. 이달 미국 경기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6월 이후 121개월째 확장세를 지속해 사상 최장 기록을 세웠다.

FOMC 위원들 사이에서도 금리 인하가 아직 이르다는 의견이 있다. 위원 견해를 보여주는 지난달 FOMC 점도표를 보면 위원 17명 중 8명이 동결을 예상해 인하 의견(8명)과 맞섰다.

금리 선물시장은 여전히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지만 0.50%포인트 인하 기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금리 인하 기대가 줄면서 8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도 하락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15.98포인트(0.4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48%, 나스닥은 0.78% 떨어졌다.

금융시장은 9일부터 사흘간 이어지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대외 공개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보스턴 연은이 주최하는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10일과 11일엔 각각 하원과 상원에 출석해 경기상황과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한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