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은행에 가세요? "모바일로 多 되는데…"
직장인 박경미 씨(41)는 요즘 은행에 가지 않는다. 각종 은행 업무를 보러 갈 때마다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던 기억은 옛일이 됐다. 은행에 발길을 ‘뚝’ 끊은 것은 작년부터다. 이유는 단순하다. “모바일로 다 되는데 뭐하러 은행 창구를 찾아가나요?” 박씨만의 얘기가 아니다. 온라인·모바일 금융 거래 증가세는 가파르다. 국내 1위(순이익 기준) 은행인 신한은행에서 온라인·모바일로만 거래하는 고객은 200만 명을 넘어섰다. ‘비대면(非對面) 거래’가 확산되자 은행들은 분주해졌다.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 전용 상품 개발은 기본이다. 비대면 거래만 하는 고객을 전담하는 ‘별동대’도 생겨났다.

비대면 고객, 특별히 ‘모신다’

아직도 은행에 가세요? "모바일로 多 되는데…"
8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은행 창구를 가지 않고 1년 내내 비대면으로 금융 거래를 하는 신한은행 고객은 지난달 200만 명을 웃돌았다. 전체 고객의 20%에 달하는 수준이다. 2017년 51만 명에서 2년 새 네 배로 급증했다. 비대면만 쓰는 고객은 2016년 50만명, 2017년 51만명, 지난해 150만명으로 매년 늘었다.

신한은행의 모바일 앱 ‘쏠(SOL)’ 이용자는 지난달 기준 961만 명. 신규 예금과 펀드 등 전체 수신의 67%(거래 건수 기준)가 쏠에서 이뤄졌다. 신규 대출 역시 전체의 43%가 비대면이었다.

신한은행은 작년 3월 ‘쏠 브랜치’라는 조직을 신설해 비대면 고객을 전담 관리하기 시작했다. 일명 ‘비대면 온리’ 고객을 위한 별동대다. 고액 자산가 등 VIP를 제외하고 은행이 특정 고객군을 위한 별도 조직을 꾸리는 일은 흔하지 않다.

아직도 은행에 가세요? "모바일로 多 되는데…"
임수한 신한은행 디지털금융센터장은 “비대면으로 은행 거래를 시작하는 고객 또는 기존 고객 중 비대면 거래로 전환하는 고객이 계속 늘어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쏠 브랜치는 ‘쏠 매니저’로 불리는 직원 50여 명으로 구성됐다. 적금이나 대출의 만기를 알려주고 외환, 전략상품 등을 꾸준히 안내한다.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도 제안한다. 비대면 고객의 거래를 활성화해 고액 자산군으로 넘어가도록 유도하는 게 목표다. 무턱대고 전화를 하진 않는다. 앱에서 채팅과 쪽지를 통해 자연스럽게 접근하고, 원하는 고객에게만 전화로 심층 상담을 한다. 지난 5월 말 ‘비대면 온리’ 고객 중 1억원 이상 예치한 고액 자산가는 8000여 명으로 늘었다. 지난달엔 이들을 초청해 특별 자산관리세미나도 열었다.

신한은행은 내년엔 비대면으로만 거래하는 고객이 300만 명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고, 전담조직 인력과 시스템 등을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 패러다임 변화에 은행도 변신

아직도 은행에 가세요? "모바일로 多 되는데…"
우리은행도 비대면 고객을 전담 관리하는 별동대 조직으로 ‘스마트마케팅센터’를 신설했다. 모바일과 온라인으로 주로 거래하는 고객을 겨냥해 ‘토털 케어 마케팅’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직원 17명이 고객별 금융거래 성향에 맞춰 은행 예·적금을 추천하고 투자 전략을 조언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대면으로 옮겨 가는 금융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모바일 앱 ‘KB스타뱅킹’에 비대면 종합자산관리서비스 ‘자산관리 #(샵)’ 기능을 담았다. 손쉽게 자산을 관리할 기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변액보험, 주택화재보험 등 은행 창구에서만 가입할 수 있던 상품을 비대면으로도 신청할 수 있게 했다. 개인별 자산 현황, 월 저축률 등의 정보도 제공한다. 국민은행도 비대면 고객을 대상으로 ‘스타링크’라는 상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10일 비대면 고객을 사로잡을 방안으로 ‘초고속’ 모바일 신용대출 서비스 ‘하나원큐 신용대출’을 내놨다. 한도 조회부터 신청까지 3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출시 1주일 만에 취급금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은행들이 비대면 고객 잡기에 나선 것은 그만큼 온라인·모바일 거래 고객의 증가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주거래 고객을 늘리려면 비대면 고객 눈높이에 맞춘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모든 은행이 디지털 전환을 외치면서 관련 전략을 짜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비대면 고객을 확보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