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김모씨(34)는 지난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관을 사칭한 전화를 받았다가 3억원 넘는 사기를 당했다. 사기범은 “금융정보가 은행 내부공모자들에 의해 악용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주거래은행의 앱(응용프로그램)에서 신용대출 한도를 조회해보라고 했다. 금융정보가 조작돼 있으면 대출 한도가 많이 나올 거라는 ‘미끼’를 던졌다.

한달새 3억…교사 울린 '보이스피싱'
사기범은 보통 교사와 의사는 신용대출 한도가 다른 직장인에 비해 높다는 것을 악용했다. 김씨가 교직원 신용대출상품 최대한도인 1억50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자 사기범은 “역시 조작된 게 맞다”며 대출을 실행해보라고 했다. 김씨는 이 정도까지 대출될 리 없다며 대출을 신청했다. 사기범은 자산을 금융감독원에 보관했다가 돌려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김씨는 신한은행, 국민은행, 교직원공제회, 신한카드 등에서 한 달 간 총 3억2200만원을 대출받아 사기범에게 내줬다.

보이스피싱 사기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수법마저 교묘해지고 있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은 4440억원으로 2017년(2431억원)보다 82.7% 증가했다. 사상 최대 수준이다. 피해자도 지난해 4만8743명에 달한다. 사기범들은 주로 검찰이나 경찰 등을 사칭하며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의 가짜 직인이 찍힌 공문을 보여주기도 한다. 뻔한 수법이지만 알면서도 당하는 사례가 많다.

은행 역시 보이스피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농협은행은 직원을 사칭한 피싱 메일이 대거 유포돼 비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수사기관이나 금감원 직원이라며 대출 등을 요구하면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