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대상이 볼펜·음료 등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에서 전자기기 등 고가제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불매운동은 일본산 제품을 모두 쓰지 말자는 운동으로까지 치닫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의 경제가 밀접하게 묶인 상황에서 민간 차원의 불매운동이 한국과 일본의 갈등 심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8일 온라인 상에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인증샷'을 남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초기엔 볼펜과 과자 맥주 등 음료와 같은 소비재가 올라왔지만, 일부 전자기기도 일본 제품을 불매했다는 경험담이 이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동아펜 크로닉스를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일본 제트스트림보다 부드러운데 왜 이제까지 제트스트림을 썼을까 후회될 정도"라며 "핫트랙스에서 3000원으로 제트스트림보다도 싸다"라고 밝혔다. 다른 네티즌도 미쯔비시 펜을 부러뜨린 뒤 '사지 않고 가지 않겠습니다'고 적은 글을 사진으로 올렸다.

본인을 편의점 업주라고 밝힌 남성은 "손해보더라도 안 팔기로 결정했다"며 일본 음료 과자 맥주 매대를 비운 사진을 남겼다. 비워진 매대엔 '일본 제품 안 팝니다'라고 적힌 쪽지를 올려놨다.

'데상트' 등 일본 패션 브랜드도 불매 운동의 대상이 되고 있다. 30대 남성은 "데상트가 일본극우 기업인 줄 몰랐는데 오늘 알았다"며 "데상트 가방 바로 버렸다. 당분간 일본 불매 운동합시다"라고 촉구했다.

소비재 외에도 일부 전자제품까지 불매 운동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캐논 제품을 살까 고민하다가 (최근 일본 불매운동과 더불어) 일본 강제징용 피해 할아버지의 인터뷰를 보고, HP 레이저프린터를 구매했다"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일본 불매운동에 동참하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한 청원인은 "일본 제품 및 관광 불매를 중심으로 초장기적인 불매운동에 돌입하여 대한국인의 저력과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이날 올라온 청원엔 400여 명이 동의를 표시했다.

정부가 일본 경제 제재에 대해 보복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청원도 등장했다. 해당 청원인은 "최근 18년 연속 대일적자 규모는 원화로 563조원으로 대한민국 1년 예산을 훨씬 상회하는 금액"이라며 "독일 등 다른 나라를 통해 대체재를 확보, 탈일본화를 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된다. 정부에서 이번 경제 제재와 관련해 상대방 관세 보복 또는 관광금지, 수출규제 등 방법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또 내년 일본 하계 올림픽에 정부가 공식적으로 불참을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처럼 불매운동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면서 성능이 좋은 일본 제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주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20대 여성은 "손목에 무리 안가는 10.5도로 휜 일본 아라히 가위는 한국 가위를 못 따라간다"며 "한국 가위 80만원짜리를 사느니 200만원 짜리 일본 가위를 평생 쓰는 게 낫지만, 이러다 돌팔매질 당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현재 불매운동이 비이성적인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이 불매운동을 똑같이 대응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양국이 갈등의 골만 깊어지게 될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이 서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경제 구조인 만큼, 정부차원에서 외교적 문제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일본 불매운동이 소비재를 넘어 전자기기 등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일본 불매운동이 소비재를 넘어 전자기기 등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