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대응책 모색을 위해 지난 7일 도쿄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1·사진)이 누구와 만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안이 정치 영역인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서 비롯된 만큼 기업인이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과, 이건희 회장 시절부터 다져온 일본 재계 인맥을 바탕으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시각이 동시에 제기된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현지에서 만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은 일본 최대 거래처인 스미토모화학 경영진이다. 삼성전자는 스미토모화학으로부터 반도체 공정소재인 감광액(포토레지스트)과 '갤럭시폴드' 화면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공급받고 있다.

특히 고(故) 요네쿠라 히로마사 회장이 이끌었던 스미토모화학은 과거 이건희 회장 때부터 삼성과의 인연이 오래된 기업이다. 이 회장이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과 요네쿠라 회장은 지난 2011년 대구에 웨이퍼 생산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요네쿠라 회장이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집무실이던 한남동 승지원으로 초대했다. 이 자리에 이 부회장도 배석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이 전략 물자 수출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화이트(백색) 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뺄 가능성이 높아 삼성전자는 당장 이들 소재를 확보하기 위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 국가 명단에서 빼면 기존에 '포괄허가'를 받던 이들 소재에 대해 일일이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국제법에서 정해놓은 개별허가 검토 기간은 90일로, 일본 경제산업성이 사소한 문제로라도 서류를 반려할 경우 최장 6개월(180일)까지 수출 중단될 수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인인 이 부회장이 이번 사안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이 부회장이 직접 일본 거래처로 가서 상황을 듣고 향후 수출 허가 신청서 등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잘 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갔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했다. 이 부회장이 스미토모화학 경영진을 만나 일본 밖에서 소재를 공급하는 방안도 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미쓰비시 상사 측 인사들을 만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베 총리의 친형인 아베 히로노부가 미쓰비시 상사 사장으로 재임 중인 데다 효성, 롯데, 삼양 등 국내 대기업들과 가장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지난 1992년 미쓰비시 상사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6년간 근무한 경험도 있다. 이 부회장이 국내 재계 총수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단 점을 감안하면 이들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에 반도체 소재를 공급하는 우시오전기의 우시오 지로 회장 역시 이 부회장이 만날 인사 후보군으로 꼽힌다. 아베 총리 친형의 장인이 지로 회장이다. 지로 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2007년 한남동 승지원으로 초대해 경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정도로 삼성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 부회장은 작년 6월 일본 출장에서도 우시오전기 경영진을 만나 자동차 전장사업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