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등급법으로 전환 후 추진…자산운용·부동산신탁·저축은행 등 '라인업' 갖춰

우리금융그룹이 아주캐피탈 인수를 내년에 하기로 함에 따라 지주사 체제로 출범한 올해에 계획한 비(非)은행 부문 강화 중 단기 과제를 마무리하게 됐다.

하지만 중장기 과제인 증권·보험사 인수가 내년에 진행돼야 본격적으로 금융그룹의 면모를 갖출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7일 "아주캐피탈은 내년에 내부등급법으로 전환한 이후 인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부등급법은 자산의 위험도를 금융회사 자체 시스템으로 산출하는 방식을 말한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관련 법령에 따라 기존 내부등급법을 표준등급법으로 변경했다.

표준등급법은 자산 위험도를 평가할 때 금융회사 전체 평균을 적용하는 까닭에 내부등급법에 비해 위험가중치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올해 표준등급법을 적용한 결과 우리금융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1분기 말 현재 11.09%로, 내부등급법으로 산출했던 우리은행의 지난해 말 15.65%에서 4.56%포인트나 낮아졌다.

위험가중자산이 많은 캐피탈을 자회사로 두게 되면 BIS 비율이 더 내려갈 수 있어 표준등급법 하에서 아주캐피탈을 인수하기가 우리금융으로서는 부담스럽다.

우리금융은 9월께 내부등급법 적용을 위한 승인을 금융당국에 요청할 예정이다.

통상적인 절차를 고려했을 때 내년 3월에는 당국 승인이 날 수 있어 아주캐피탈 인수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은 이를 염두에 두고 아주캐피탈의 지분을 보유한 펀드의 만기를 올 7월에서 내년 7월로 연장했다.

우리은행은 사모펀드(PEF)인 웰투시제3호사모투자합자회사를 통해 아주캐피탈의 지분 일부를 간접 보유하고 있다.

아주캐피탈은 아주저축은행을 100% 자회사로 두고 있어 우리금융이 아주캐피탈을 인수하면 아주저축은행도 덤으로 보유하게 된다.

우리금융, 아주캐피탈 인수 내년에…M&A 단기과제 마무리
이로써 우리금융은 올해 초 단기 과제로 제시한 자산운용사, 부동산신탁사, 저축은행의 인수를 완료하게 된다.

앞서 우리금융은 올 4월 동양·ABL글로벌자산운용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고, 부동산신탁사인 국제자산신탁은 다음달 중 SPA를 체결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은 또한 우리은행의 자회사로 있는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을 9월에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내년에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의 인수를 마무리 지으면 우리금융은 산하에 은행, 카드, 종금, 캐피탈, 저축은행,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등을 둬 금융그룹으로서 면모를 갖추게 된다.

새롭게 자회사로 편입될 금융사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아주캐피탈 5조1천185억원, 아주저축은행 1조846억원, 동양·ABL글로벌자산운용 1천358억원, 국제자산신탁 1천138억원 등 모두 6조4천527억원이다.

이들 회사의 당기순이익 합계는 1천292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기준 하나금융그룹과 순이익 차이(2천210억원)를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어 3위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남은 숙제는 증권·보험사 인수다.

현재 인수를 추진 중인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저축은행 등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데다가 금융그룹으로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은행(IB) 업무를 하는 증권사가 필수적이기도 하다.

당초 우리금융은 증권사 인수를 우선 목표로 삼았다가 표준등급법 문제에 발목이 잡혀 중장기 과제로 미뤄뒀다.

현재 '매물'로 거론되는 증권사 중 우리금융이 관심을 가질 만큼 규모가 큰 곳이 없다는 게 문제다.

4대 금융그룹 중 우리금융만이 보험사가 없어 보험도 갖춰야 할 포트폴리오 중 하나다.

하지만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 이슈가 있고 KB금융 역시 보험 인수를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

아울러 우리금융이 롯데카드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자회사로 둘 것인지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우리은행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에 참여해 롯데카드 지분 20%를 인수하기로 했다.

우리카드와 롯데카드가 사업적으로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측면이 있어 MBK가 향후 롯데카드 지분을 팔 때 우리금융이 구매자로 나서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표] 우리금융이 인수를 추진 중인 금융회사의 지난해 말 기준 현황
(단위: 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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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총자산 │당기순이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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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자산운용 │ 1,015│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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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L글로벌자산운용 │ 34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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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자산신탁 │ 1,138│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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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캐피탈 │ 51,185│ 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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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저축은행 │ 10,846│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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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 │ 64,527│ 1,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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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