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이상된 노후차, 새 차로 바꾸려는 정부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현황에 따르면 2019년 5월 기준 국내에서 15년 이상된 자동차는 모두 303만대다. 자가용이 295만대로 가장 많고 영업용은 7만7,000대에 이른다. 이른바 2005년 이전에 등록돼 지금까지 남아 있는 자동차다.

흥미로운 것은 15년 이상된 자동차의 연료별 분포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10년 이상된 노후경유차 저감 사업을 감안할 때 15년 이상은 대부분이 휘발유 또는 LPG차가 해당된다. 휘발유차라도 오래되면 배출가스가 많은 만큼 세금의 추가 감면으로 서둘러 교체를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하이빔]노후차 교체, 국세는 줄고 지방세는 늘고


그럼 세금은 얼마나 줄어들까? 올해 말까지 타던 휘발유 또는 LPG차를 처분하고 2,000만원짜리 승용차를 구입하면 공장도가격의 3.5%에 달하는 개별소비세에 추가로 70%의 감면이 이뤄진다. 이 경우 개별소비세율은 거의 1%대로 떨어진다. 덕분에 부가세도 금액이 줄어 자동차 구입 예정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세금을 낮춰 신차 구매를 유도하는 정책이 반드시 세수를 줄이는 것만은 아니다. 구매할 때 가장 큰 비중인 개별소비세율이 하락해 부가세도 덩달아 떨어지지만 오래된 차를 새 것으로 바꾸면 자동차세는 오히려 오르기 마련이다. 12년 넘은 자동차는 재산가치가 낮다는 이유로 자동차세도 50%만 납부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303만대가 새 차로 빨리 교체되면 자치단체 세수는 증가하되 국세만 빠지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노후차의 개소세 추가 인하를 결정한 배경은 내수 경기 활성화 차원이다. 국세는 줄어도 지방세는 늘어 자치단체가 환영하고, 새 차로 바꾸는 사람이 증가하면 자동차 공장의 가동율도 오른다. 또한 노후차가 줄어 대기환경 개선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마련이다. 자동차에 있어 세금 정책이 시장에 얼마나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하지만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그만큼 자동차에 부과된 세금이 많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자동차를 통해 거둔 세금으로 친환경차 구매를 지원해야 하고, 이들이 도로에서 운행될 때 불편함이 없도록 충전 인프라도 갖춰야 한다. 또한 노후경유차 폐차지원금의 재원도 여기서 나온다. 그만큼 자동차에 있어 세금은 중요 항목이자 수요 조절 역할이다.
[하이빔]노후차 교체, 국세는 줄고 지방세는 늘고


이번 대책으로 15년 이상된 휘발유차 보유자가 타던 차를 처분하고 새 차로 갈아탈 가능성은 매우 높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어차피 바꿀 계획을 조금 앞당기려는 사람이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누적주행거리가 많지 않아 보유 기간이 길었던 사람이 나설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가 대부분이다. 303만대 가운데 1%만 새 차로 바꿔도 3만대에 이르는데 완성차업계는 5% 가량의 교체를 기대하고 있다. 이 경우 새로 만들어질 수요만 연간 15만대로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는 그보다 낮게 점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00만원이 없어 차를 오래 탄 것이 아니라 새로 내야 할 할부금이 부담스러워 보유만 유지하는 사람도 많아서다. 그러니 자동차 판매 활성화에 획기적인 제도인 것 같지만 효과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기본적으로 먹고 사는 문제가 지금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박재용 칼럼니스트(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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