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경상수지가 전월의 적자 충격에서 벗어나 흑자로 돌아섰다. 4월 적자는 ‘해외 배당금 지급’과 ‘수출 부진’이 겹치면서 촉발됐는데, 달이 바뀌면서 배당금 지급이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출 부진은 오히려 5월 들어 심화됐다. 상품수지 흑자가 64개월 만의 최소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전문가들은 “일시적 악재(배당금 지급)는 걷혔지만 구조적 위기(수출 경기 둔화)는 가중되는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경상수지 한달 만에 흑자로 돌아섰지만…수출 부진에 상품수지 '털썩'…64개월 만에 최저
한국은행은 5월 경상수지가 49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4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적자를 낸 지 한 달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앞서 4월엔 6억6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내면서 전달까지 83개월간 이어지던 흑자 행진이 중단됐다. 5월에 흑자로 돌아선 이유는 배당금 지급이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매년 4월은 12월 결산법인의 배당금 지급 시즌이어서 국내 기업에 투자한 해외 투자자에게 대규모 배당이 이뤄진다.

4월 배당소득수지를 포함한 본원소득수지 적자는 43억달러에 달했다. 수출 부진으로 상품수지 흑자 폭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배당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다 보니 전체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5월 들어 본원소득수지가 11억6000만달러 흑자로 돌아서면서 배당금 악재는 사라졌지만 수출 부진은 더 심각해졌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상품수지는 5월 53억9000만달러로 1년 전(107억9000만달러)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2014년 1월(36억7000만달러 흑자) 후 5년4개월 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수출(480억3000만달러)이 1년 전보다 10.8% 줄어든 여파다.

한은 관계자는 “세계 교역량이 부진하고 반도체 단가가 하락한 게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29.2% 급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36.2%) 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수입(426억4000만달러)은 1년 전보다 1% 줄었다. 유가 등 에너지류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기계류 수입이 감소한 영향이다. 수입보다 수출이 더 많이 줄어든 게 상품수지 흑자 폭 축소의 원인이 됐다.

정부와 한은 등은 수출이 하반기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회복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155억달러에 그쳤다. 한은은 4월 경제전망에서 상반기 흑자 규모를 245억달러로 예상했는데 사실상 물건너갔다. 정부가 지난 3일 내놓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605억달러)도 달성 가능성이 희박하다.

5월 서비스수지는 9억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국내를 찾은 해외 여행객의 증가로 적자 폭은 꾸준히 줄고 있다. 5월 적자 규모는 2016년 12월(6억6000만달러) 후 가장 작았다. 특히 중국인 입국자 수가 2017년 2월(59만 명) 후 2년3개월 만에 처음으로 50만 명 선을 회복했다.

경상수지 외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통계를 보면 5월 순자산(자산-부채)은 45억5000만달러 증가했다. 내국인의 해외 투자가 38억2000만달러 증가했고, 외국인의 국내 투자는 12억2000만달러 늘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