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매파' 마저 경기 우려…고승범 "하반기 경기회복 믿음 약화"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사진)은 3일 “올해 하반기에 한국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에서 ‘매파’(통화 긴축론자)로 분류되는 그가 경기 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자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 위원은 이날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올해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고, 수출과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설비투자도 부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을 밑도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약하다”며 “그런 점을 종합해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월 열린 금통위에서는 조동철 위원이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냈고 신인석 위원도 금리 인하 찬성의견을 피력했다. 여기에 비교적 매파에 속하는 고 위원까지 성장률 둔화와 저물가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금통위 내부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금통위에서 금리 결정은 전체 7명 중 4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고 위원을 비롯한 매파 위원들이 이달 열릴 금통위에서 당장 금리 인하 찬성 의견을 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 위원은 이날 “통화정책은 어느 한쪽만 보고 결정할 수 없으며 실물경제 상황과 금융 안정 상황을 종합적이고 균형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