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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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무역 보복 조치 카드를 꺼낸 일본이 비자 제한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면서 여행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극단적인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온라인을 중심으로 반일 여론이 커지고 있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한 사실상의 경제 제재를 발동했다. 우리나라도 곧바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맞대응을 예고하면서 '한일 무역 전쟁'이 코앞에 다다랐다는 평가다.

일본이 한국인 대상 비자 제한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2일 "이번 수출 규제는 관세 인상, 송금 규제, 비자 발급 엄격화 등 다른 대항조치 발동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강조해 한국을 흔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온라인을 중심으로 반일감정이 격화되고 있다. 업계는 일본 자동차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고 여행업계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반응이 대다수다.

한 대형 여행업체 관계자는 "일본 여행 자제 분위기가 아직 직접적인 예약 해지로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일본에서 계속 비자 제한 검토와 같은 뉴스가 나온다면 타격이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상황을 예단하긴 어렵지만 정말 일본이 그렇게 극단적인 조치까지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예상했다.

또 다른 여행업체 관계자는 "비자 제한 조치가 실제로 행해진다면 일차적으로 여행업계보다 항공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을 대체할 만한 여행지가 없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정부에서 조정할 수 있는 수요, 이를테면 공무원 연수나 중고등학교 수학여행지 선정 등에서 일본이 배제될 가능성이 높고 그러면 개별 여행객 수요까지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온라인에서 나타나고 있는 반일 여론은 여행업계 관계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네티즌들은 "우리가 실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일본 제품을 사지 않는 것이다", "편의점에 있는 일본 맥주를 사지 말자", "여름 휴가지로 일본 계획한 사람 있으면 모두 취소하라", "이 시기에 일본 여행 가서 사진 찍고 SNS에 올리는 몰상식한 일은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게다가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일본 전 지역 여행 경보지역 지정 청원합니다'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3일 오전 10시 현재 2912명에 참여했다. 이 게시글에는 "일본 전지역을 여행자제 권고에 해당하는 황색경보 이상으로 지정해 국민들을 보호해달라"며 청원을 제기하는 이유로 진도 대지진 발생 위험 고조, 방사능 피폭 위험, 잦은 혐한 시위로 차별과 폭행·폭언에 노출 위험 등을 꼽았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난해 10월 강제 징용자 소송, 12월 해군의 레이더 조사, 올해 2월 국회의장의 일왕 사죄 발언이 겹치면서 일본 자민당 내부에서 한국 제재에 대한 회의가 계속돼 왔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장 교수는 "한국인 관광객에 대한 90일 비자 면제 취소, 한국으로 송금 금지, 한국 선박의 일본 입항 금지 등도 포함됐다"며 "아소 다로 일본 재무대신이 이들 제재 조치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국회에서 답변까지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조치에 대해 짧으면 6개월, 길게는 내년 도쿄올림픽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조심스레 예상했다. 내년 도쿄올림픽 특수를 기대하고 관련 상품을 대대적으로 준비해온 여행업계가 대책 마련에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언론은 통상정책과 비자 제한 검토는 일본 기업에도 부작용이 크고 장기적 관점에서 불이익이 많다고 우려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