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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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손해보험사(손보사)들의 주가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6개월간 주가하락률은 약 30%에 달한다. 손해율(사고보상금/보험료) 상승과 가입자 확보 경쟁, 시중금리 하락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은 주가가 올 들어 지난 2일까지 30.9% 하락했다. 현대해상은 같은 기간 29.7% 곤두박질쳤다. DB손해보험도 마찬가지다. 올해 17.2% 떨어졌다. 메리츠화재는 7.0% 뒷걸음질 쳤다. 삼성화재(보통주 기준)의 경우 연초와 같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손보사들 주가가 줄곧 내리막을 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실적 부진이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분기(4~6월) 이들 5개사의 합산 순이익은 437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0% 줄어들 전망이다.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와 비교하면 30.8% 낮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독립법인대리점(GA)에서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면서 자연스레 수수료 등 비용 부담이 높아졌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GA를 앞세운 매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며 “실적에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데 쉽게 가라앉을 상황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손해율’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손해율은 손보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중 피해자에게 보험금으로 지급한 비율을 말한다. 통상 손해율이 높을수록 손보사의 실적 개선 여지는 낮아지게 된다.

이뿐 아니라 지난해 말부터 보험료에서 사고를 낸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보험금 비중을 나타내는 ‘장기위험손해율’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가입자 확보 경쟁 심화로 보험금 지급 조건을 낮춘 상품을 앞다퉈 내놓는 ‘구조적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장기위험손해율은 전년 동기 대비 9.6%포인트 급등할 전망”이라며 “손보사사들은 손해율이 악화하는 가운데 판매 경쟁에 집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시중 금리 하락 등도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는 원인으로 꼽힌다.

주가가 크게 미끄러지고 있지만 반등은 당분간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이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DB금융투자 등은 손보사와 보험 업종에 대한 투자 의견을 일부 ‘중립’으로 낮춰 잡고 목표주가를 대거 하향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올해와 내년 실적 전망치가 추가로 낮아질 것”이라며 “비우호적 시중금리와 투자 여건을 고려할 때 실적 반등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강승건 연구원도 “올 4분기 정책적인 변화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주가 반등의 모멘텀(상승 동력)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2분기 실적은 최악의 수준을 보일 전망”이라고 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