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반년째 1%를 밑돌았다.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부진과 건강보험 보장 강화·무상급식·무상교복 등 복지 확대 등이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급식비 등 민간 소비로 집계되던 지출이 정부 지출로 대체되며 생긴 ‘착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7%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이후 여섯 달 연속 0%대에 머물렀다. 2015년 2~11월(10개월) 후 4년여 만의 최장 기간이다. 1~6월 누계 상승률도 0.6%로 2015년 1~6월(0.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소비 부진 등의 영향도 있지만 복지 확대로 인해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낮았던 이유가 크다”고 설명했다.

현행 물가 집계 방식에서는 정부 복지정책이 확대될수록 물가가 하락한다. 예컨대 정부가 초등학교 급식비를 내주면 가구가 구입한 서비스 가격이 ‘0원’으로 계산되는 식이다. 공업 제품으로 잡히는 남자학생복(-48.1%)과 여자학생복(-45.4%), 개인 서비스로 잡히는 학교급식비(-41.4%) 등의 물가가 무상교육 정책으로 대폭 내린 게 대표적이다. 병원검사료(-7.3%), 치과보철료(-3.0%)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영향으로 하락했다.

정부가 상품 및 서비스를 독점 구입해 특정 소비자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면서 거시지표의 핵심인 물가가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의 저물가 현상은 복지 확대로 인한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며 “정부 물가지수와 소비자의 체감 물가 간 괴리를 키울 뿐 아니라 디플레이션 우려를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체감 물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물가 집계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호주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 등을 물가지수에 반영한 사례가 있다”며 “물가 왜곡을 막기 위해 한국도 새로운 물가 집계 방식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