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일본산 소재 의존도 높아…"상황 예의주시"

일본 정부가 다음달부터 한국에 대한 일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을 규제할 것이라는 현지 언론 보도가 30일 나오자 국내 관련 업계에서는 자칫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잔뜩 긴장한 분위기다.

전면적인 수출 금지가 아니라 절차를 강화하는 것이어서 당장은 큰 피해가 없겠지만 한일 관계의 추이에 따라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대상으로 지목한 3개 품목(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에칭가스)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에서 필수적인 소재"라면서 "대일 의존도가 높아 수출 규제에 따른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몇몇 소재 생산업체가 대(對)한국 수출 차질로 제한적인 피해를 보는 정도에 그치겠지만 한국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충격은 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이젠 일본까지"…IT업계, 일본 '소재 수출 규제'에 초긴장
또 제조업의 경우 소재 하나만 빠져도 전체 공정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의 '압박'이 커질 경우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로서는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이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일본 변수'까지 생기면서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면서 "더욱이 양국 외교 사안이 얽혀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더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어느 정도는 예견됐던 일인 다 국내 기업들이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한편 재고를 일정부분 확보하고 있어서 당장 생산 차질은 없을 것"이라면서 "강화된 절차에 따라 차분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도 자국 기업들이 이번 조치로 인해서 피해를 볼 수 있고 글로벌 업계 내에서 신뢰 문제도 걸려 있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이 오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일본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관리 운용 정책을 수정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로 사용되는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다음달 4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번 조치가 일제 징용 피해자 배상 소송을 둘러싼 양국간 대치와 관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