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7월부터 공과금 자동이체를 목적으로 한 신규 계좌는 개설해주지 않기로 했다. 보이스피싱(전기통신 금융사기)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왼쪽)이 지난 27일 서울 신한은행 본점에서 ‘보이스피싱 피해 근절 캠페인’을 하고 있다.  /신한은행  제공
진옥동 신한은행장(왼쪽)이 지난 27일 서울 신한은행 본점에서 ‘보이스피싱 피해 근절 캠페인’을 하고 있다. /신한은행 제공
신한은행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을 30일 발표했다. 신한은행이 올 1~5월 대포통장 계좌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24.3%가 공과금 자동이체를 목적으로 개설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과금 자동이체 통장은 3개월 자동이체한 기록만 있으면 손쉽게 한도를 늘릴 수 있어 보이스피싱에 취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지능화한 데다 피해 규모가 급증해 강력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7월부터 급여 이체 또는 법인·개인사업자의 사업거래 목적으로 계좌를 개설할 때도 검증 절차가 까다로워진다. 재직 확인, 사업자 휴업·폐업 조회 등 정보 확인을 강화하는 식이다. 급여 기록 등 금융거래 관련 증빙자료를 제출하기 어려운 고객에겐 ‘금융거래한도계좌’만 개설해주기로 했다. 이 계좌는 창구 인출 및 이체한도가 하루 100만원,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인출 및 이체 한도는 하루 30만원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보이스피싱 관련 정책을 전담하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근절 협의회’를 신설했다. 부서 간 공조 체계를 구축해 피해 근절 방안을 정기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금융사기 거래 분석 및 모니터링 시스템을 총괄하는 ‘FDS(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 랩’도 7월 초 출범한다. 7월 말엔 인공지능(AI)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한다. 보다 신속하고 정교하게 금융사기 거래를 모니터링하겠다는 취지다. 하반기 대포통장 통합관리 시스템, 피싱 방지 앱(응용프로그램)도 내놓을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8월 말까지 전국 점포에서 보이스피싱 피해 근절을 위한 캠페인을 벌인다. 이 밖에 가상화폐거래소 계좌를 이용한 금융사기가 급증하는 데 따른 전담 모니터링 인력 배치도 검토하기로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