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에 사실상의 경제 제재를 발동한다는 보도가 나온 30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하루 종일 부산하게 움직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일본에서 무역 보복 조치와 관련해 어떤 문서나 구두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사실이라면 국제 통상 관행상 상식적이지 않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일본이 고순도 불화수소 등 핵심 소재·재료 수출을 제한할 경우 당분간 국내 전자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게 정부 판단이다. 일본산(産) 비중이 워낙 높아서다. 작년 11월에도 일본 정부가 대(對)한국 수출 예정이던 핵심 소재의 반출을 불허했다가 이틀 만에 허가하자 당국이 긴장하기도 했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반도체 등 핵심 소재·재료의 국산화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일본이 이들 소재 등을 ‘무기’로 삼는 일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다. 또 각 기업이 일본 외 대체 수입처를 충분히 확보하도록 독려하기로 했다.

일본 수출을 관장하는 경제산업성과 접촉해 민간 무역이 단절되지 않도록 별도 창구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경제산업성이 “양국 관계가 현저히 훼손됐다”고 밝혔을 정도로 강경한 태도여서 쉽게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일본이 보복 조치를 현실화하면 우리 정부에 대한 비판 역시 고조될 수 있다. 악화일로였던 한·일 관계 속에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준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일본을 상대로 세계무역기구(WTO) 등에 제소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통상 전문가는 “한국에 소재·부품을 수출하지 못하게 된 일본 경제계를 활용해 역으로 일본 정부를 설득하는 우회 전략을 쓰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