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당초 1일로 예정됐던 난방요금 조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의 요금 정산안을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는 이유지만, 잇따른 공공요금 인상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30일 정부 및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7월부터 아파트 난방요금을 상당폭 올리는 내용의 ‘지역난방공사 열요금 정산안’ 심의를 더 진행하기로 했다. 요금 정산안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꼼꼼하게 검증할 필요성이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연료비 정산제는 전년도 연료비 등락분과 소비자 요금 간 차액을 매년 정산하는 제도다.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가 변동할 때마다 소비자 요금을 조정할 수 없는 만큼 전년도 정산분을 기준으로 1년에 한 번씩만 기준 요율을 바꾸는 것이다. 새 요율은 당해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적용된다. 정부는 회계상 오류만 없다면 지역난방공사가 요청한 인상률을 거부할 수 없으나 심의 보류 등으로 ‘인상 억제’를 압박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정부, 공공요금 인상 또 제동…'지역난방公 심의' 무기한 보류
이번에 지역난방공사가 신청한 인상안이 확정되면 2013년(4.9%) 이후 6년 만에 아파트 난방요금이 오르게 된다. 지역난방공사가 기준 요금을 올리면 집단에너지사업법에 따라 DS파워, 삼천리 등 민간 사업자도 기준 요율에 10%를 곱해 추가 인상할 수 있다. 집단에너지 업체에서 온수를 공급받는 전국 300만~400만 가구의 난방요금이 일제히 7~8%씩 뛸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역난방공사는 요금 인상안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적자가 심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매년 1000억원 이상 순이익을 내던 이 회사는 2017년부터 실적이 나빠졌고 작년 226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1985년 창사 이후 최악의 성적표다.

한국가스공사도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매년 5월 1일을 기해 조정해왔던 ‘가스 공급비용’ 역시 특별한 이유 없이 확정되지 않고 있어서다. 가스 공급비용은 가스공사의 운영·설비투자 등을 합한 비용이다. 2015년부터 작년까지 가스공사의 비용정산 작업이 정부의 심의 지연으로 늦춰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정부가 ‘공공요금 승인 권한’을 무기로 상장 공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보고서에서 “가스공사의 공급비용 조정 발표가 지연된 이유는 연료비(도시가스 요금) 인상 부담 때문”이라며 “정부 규제와 함께 그동안 잘 유지돼온 이익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