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더위가 본격화됐다. 어느 집에나 한두 개씩 있는 선풍기를 꺼내보지만 성능은 만족스럽지 않다. ‘팬포머’는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해 주는 제품이다. 선풍기 날개 앞에 붙어 있는 안전망을 교체해 주면 바람의 거리와 세기가 두 배로 업그레이드된다. 그 사이에 에어필터를 끼우면 공기청정기로 작동한다. 이른바 우리 집 선풍기의 2단 변신이다.
김통일 팬포머 대표가 선풍기 성능을 향상시키는 ‘팬포머 키트’를 설명하고 있다.  /팬포머 제공
김통일 팬포머 대표가 선풍기 성능을 향상시키는 ‘팬포머 키트’를 설명하고 있다. /팬포머 제공
선풍기 성능 두 배 업그레이드

김통일 팬포머 대표(41)가 선풍기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키트(장치)를 처음 구상한 것은 2015년 여름이었다. 당시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에어서큘레이터를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에어서큘레이터는 강한 바람으로 실내 공기를 순환시켜 주는 선풍기의 진화된 모델이다.

김 대표는 “서큘레이터가 10만원 이상 고가에 팔리고 있지만 선풍기 앞면에 안전망만 바꾸면 저렴한 비용으로 같은 성능을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15년 가을 연구에 착수했다. 김 대표는 제트엔진 분사노즐 원리를 응용하기로 했다. 선풍기 전면의 나선형 그릴이 바람을 회전시켜 저항을 줄여주는 선풍기 전면 안전망을 개발했다.

팬포머, 선풍기의 2단 변신…서큘레이터+공기청정기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인증에 따르면 이 제품을 장착한 선풍기는 바람을 11m까지 보내 일반 선풍기(6m)의 두 배에 육박했다. 3m 거리에서 측정한 풍속은 초속 1.9m로, 일반 선풍기(초속 1.0m)의 두 배가량으로 나타났다.

선풍기(fan)를 변신(transform)시키는 제품 ‘팬포머(fanformer)’는 이렇게 탄생했다. 가격은 1만9800원으로, 기존 서큘레이터 대비 5분의 1 수준. 2016년 여름 팬포머는 입소문을 타고 홈쇼핑과 인터넷쇼핑을 통해 여름 두 달 동안 5000대가량 팔렸고 매출은 1억2000만원에 달했다. 소음을 줄이는 등 성능을 개선한 제품으로 지난해 매출은 7억원까지 늘었다.

일체형으로 진화 중인 팬포머

팬포머의 진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김 대표는 최근 미세먼지가 극심해지면서 공기청정기를 구매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에 착안했다. 지난해 팬포머와 선풍기 날개 사이에 끼우는 미세먼지 필터 ‘팬포머 에어클린’을 내놨다. 팬포머를 장착한 선풍기를 여름에 사용한다면 미세먼지가 심한 봄과 겨울에는 공기청정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 에어클린을 장착한 선풍기를 돌린 뒤 미세먼지 농도는 20분 만에, 초미세먼지 농도는 30분 만에 최고점 대비 99% 감소한 것으로 KTR을 통해 인증받았다. 필터 교체 주기는 6개월이다.

올여름을 겨냥해 휴대용 선풍기에 팬포머 기능을 적용한 ‘팬포머 핸디’도 출시했다. 기존 제품 대비 풍속이 38% 증가했다. 바람은 3m 이상 멀리 나갈 수 있도록 고안됐다. 이 제품까지 포함해 팬포머는 올해 매출 1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공기청정기와 고성능 선풍기를 결합한 융합 상품을 개발 중이다. 현재는 팬포머에 에어클린을 장착하면 공기청정기로만 사용된다. 이에 날개 뒤에 있는 안전망에 필터를 장착하고 이를 통해 걸러진 공기를 팬포머를 통해 강력한 바람으로 재탄생시켜주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말 일체형 선풍기를 개발해 내년 여름에는 국내뿐 아니라 일본 시장에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열대성 기후로 선풍기가 필수인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수출도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인도네시아, 대만 등에 진출했고 베트남과 태국에서 현지 생산도 검토 중이다. 앞서 팬포머는 일본 홈쇼핑사 ‘숍 재팬’의 모회사 오크론마케팅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공기청정기와 일체형 선풍기의 일본 판매에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타고난 발명가다. 학창 시절 과학과 기술 등을 좋아하며 과학경진대회 등에 빠지지 않고 참가하던 발명가 지망생이었다. 김 대표의 장기 목표는 팬포머를 한국의 대표적인 소형 가전업체로 키우는 것이다. 김 대표는 “다이슨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며 “대기업들이 떠나가고 중국산 제품이 넘쳐나는 한국 소형 가전업계에서 아이디어 특허를 기반으로 한 혁신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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