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3%포인트 추가로 하향 조정해야 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당분간 기업 생산성 저하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골드만삭스 "주 52시간 영향…韓 내년 성장률 0.3%P 하향 조정"
골드만삭스는 28일 발표한 ‘한국, 근로시간 단축으로 2020년 성장에 역풍’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한국 기업들이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데 따르는 생산성 격차를 신속하게 메우지 못할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지금처럼 엄격하게 이 제도가 적용된다면, 최근 수정한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2.3%)를 0.3%포인트만큼 더 떨어뜨려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근로시간 단축의 영향으로 인한 추가 경제성장률 하락폭이 2021년에는 0.6%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8일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는 2.3%에서 2.1%로, 내년은 2.5%에서 2.3%로 각각 0.2%포인트 떨어뜨렸다. 이번 보고서 결과를 추가로 반영하면 내년 전망치는 2.0%로 낮아질 전망이다.

보고서는 “한국 근로자의 약 20%가 주 52시간 이상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중 근로시간 단축의 예외가 적용되는 분야를 빼고 계산했을 때 향후 전체 한국 근로자의 약 13%가 이 제도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이 제도의 도입으로 소매업과 제조업 종사자를 중심으로 전체 근로자들의 근로시간이 약 2.5%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시간당 생산성을 동일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현재 고용인원의 1.9% 수준에 해당하는 35만 명을 추가 고용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로 인해 2021년까지 해마다 연간 9조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의 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5% 수준이다. 보고서는 “기업의 이익과 투자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특히 교통 및 섬유 관련 제조업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보고서는 1989년과 2004년에도 한국이 근로시간을 단축했으며, 두 차례 모두 근로시간 단축 3~6개월 전부터 단축 이후 3개월가량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고용이 늘어났으나 이후 고용증가세는 둔화했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는 그러나 “한국의 이번 근로시간 단축 조치의 충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며 “규정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경기가 하락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