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에 걸친 초대형 계약
현대중공업그룹 '희색'
현대오일뱅크가 내년부터 20년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에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를 수출한다. 현대오일뱅크가 아람코에 정유 제품을 수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에 따른 양국 기업 간 경제 협력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람코 ‘오일머니’ 확보

현대오일뱅크, 아람코에 40兆 정유제품 수출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중공업지주는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가 아람코와 정유 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27일 공시했다.

휘발유(일 1만 배럴)와 경유(일 1만 배럴), 항공유(일 4만 배럴)를 20년간 아람코에 수출하는 내용이다. 계약 첫해인 내년 수출액만 2조875억여원에 달한다. 지난해 현대오일뱅크 매출(21조5036억4313만원)의 9.71%에 이르는 초대형 계약이다. 전체 계약 기간(20년) 총 수출액은 4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여파로 휘발유와 경유 등 정유 제품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현대오일뱅크가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했다고 정유업계에선 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20년간 안정적인 수출처를 확보했다”며 “정유사업부문 실적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아람코로부터 들여오는 원유 물량을 늘리기로 하는 등 양사 간 협력관계는 한층 공고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이날 추가 공시를 통해 현대오일뱅크가 내년부터 20년간 아람코로부터 사우디산 원유(일 15만 배럴)를 수입한다고 밝혔다. 기존 수입 물량(일 8만 배럴)의 두 배 가까운 규모다.

현대오일뱅크는 또 아람코 트레이딩 컴퍼니를 통해 비(非)사우디산 원유(일 10만 배럴)를 구매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국제시장 가격보다 아람코 트레이딩 측이 제시한 가격이 같거나 낮은 가격일 때만 선택적으로 수입할 수 있는 계약이어서 현대오일뱅크에 유리한 구조다. 회사 관계자는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유조선 피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안정적인 원유 수급이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원유 도입 가격의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정기선 부사장이 협력 주도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번 무함마드 왕세자 방한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실제 무함마드 왕세자 방한에 앞서 아람코가 지난 25일 국내 기업과 체결한 12개 사업협약 중 절반을 넘는 7건이 현대중공업(5건)및 현대오일뱅크(2건)와의 계약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정유뿐만 아니라 조선 분야에서도 일찍부터 사우디와 협력해왔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 아람코와 사우디 내에 총 5조원을 들여 합작사인 ‘킹 살만 조선소’를 설립하는 데 합의하고 현재 건립 공사 중이다. 이번 무함마드 왕세자 방한 땐 4억2000만달러 규모의 합작 선박엔진공장 투자 협약도 체결했다.

사우디와의 협력 사업은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부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사우디 정부가 주최한 글로벌 포럼인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에도 참석했다. 그는 지난 26일 무함마드 왕세자와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단독 면담도 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킹 살만 조선소 투자에 나선 현대중공업에 감사함을 표하면서 “조선 분야에서 시작한 현대중공업과의 협력을 정유, 화학으로까지 넓혀가자”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람코는 지난 1월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를 1조8000억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김보형/김재후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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